아들의 얼굴이 유튜브에 나왔다

by 김자옥

어제는 글을 쓰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이 글을 쓰는데 또 눈물이 맺힌다. 참 이상하다. 낮동안에는 이게 맞나 싶게 아들 생각을 잊고 있다가 글만 쓰면 눈물이 차오른다. 눌려있던 눈물방울들이 경계가 느슨해진 틈에 '이때다' 하며 한꺼번에 비어져나오는 걸까.


낮에는 남편이 유튜브에 아들 얼굴이 나왔다며 화면을 캡처해서 보냈다. 영문은 둘째치고 너무 멀어 제대로 못 본 아들 표정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밝고 긍정적인 아이라 좀처럼 보지 못한 넋 나간 얼굴이었다. 왜 아니겠나. 제아무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쉽게 않겠지.

아들이 찍힌 영상은 국방홍보원에서 제작한 거였다. "해군교육사령부가 해군병 OOO기 입영식을 개최했습니다"로 시작하는 영상에는 신병 대표의 "최고의 해군이 되겠습니다"라는 선서와 신병들의 모습, 박수를 치거나 눈물짓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마지막에 생활관으로 이동하는 신병들이 보였다. 영상 내내 아들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 나온 건가 싶은 순간. 카메라 바로 앞으로 지나가는 아들 모습이 보였다. 남편이 보낸 캡처 화면이었다. 정말 찰나였다. 1초도 채 안 될 구간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뒤늦게 든 생각.

'그나저나 군인은 초상권도 없나? 이렇게 얼굴을 막 올려도 되는 거야?'


오후엔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말을 할지는 뻔히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엄마는 마음은 좀 괜찮아졌냐, 아들 없다고 밥 대충 먹지 말고 잘 챙겨 먹어라 등의 말을 전했다. 걱정인지 알면서 듣기 싫었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OO이 보내면 눈물 쏟겠네"라는 말을 연신 했다. 처음 들었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몇 번 반복하니 '뭐 어쩌라고. 앞에서 눈물을 쏟아야 속이 시원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참을 줄 알았던 마음은 입대를 이틀 앞두고 기어이 터졌다. 엄마는 전화를 걸어 "OO이 전화 안 받네? 바쁜가. 너는 뭐 하고 있냐?"라고 했다. "OO이는 왜?"하고 퉁명해진 내게 엄마는 이틀 전인데 심란하지 않나 해서 걸어봤다고 했다. '걸어 봤다'는 말이 신경을 건드렸다.

"당연히 심란하지 안 심란하겠어? 아니 왜 마음 다스리면서 잘 있는 애 마음을 자꾸 건드려?"

"할머니가 걱정돼서 그러지."

"진짜 상대방이 걱정되면 걱정하는 마음도 감추기 마련인데 엄마는 엄마 마음만 생각하지? 엄마는 걱정이든 뭐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기분이 풀릴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안 그래. 더 심란해."

엄마는 멋쩍게 "그래? 아니 난 그냥 걱정되니까"라고 했고, 나는 "아니 그러니까"까지 하고 말을 멈췄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매번 반복되는 엄마 행동도, 너무 했나 하며 곱씹는 나도 다 싫었다.

엄마의 괜찮아졌냐는 말에 난 일부러 "엄마 나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5주 뒤면 보는데 뭐"하며 덤덤한 척했다. 의외였는지 엄마는 웃으며 "그래?" 하곤 하긴 요즘 군대는 예전 같지 않다더라는 말을 이어갔다. 난 곧 수업이 있어 전화를 끊어야 했다. 다행이었다.


잠시 후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받고 있는 전화 일본어 수업이다. 지난주에 다음 주 월요일은 아들이 입대하는 날이라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일러둔 터라 군대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 일본인 선생님은 한국의 군대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입대 절차나 군대 시스템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알기론"을 반복하며 나도 잘 모르는 한국 군대에 관해 설명했다. 비슷한 또래의 아들이 있어서인지 선생님은 내 얘기에 집중하며 엄마로서의 심정도 깊이 헤아렸다. 순간 선생님이 부러워졌다. 아무리 깊은 공감을 해도 공감은 그저 공감일 뿐. 아들을 직접 군대에 보낼 일은 없지 않나.


수업이 끝나고 빨래를 정리하는데 하도 오래 입어 목이며 소매며 다 늘어진 아들의 잠옷 대용 티셔츠가 있었다. 옷을 개키다 말고 빨래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들 채취가 전해졌다. 빨아도 잘 사라지지 않는 꼬리꼬리한 땀 냄새. 그만 버리라고 하자 해맑게 웃으며 "왜? 난 편한데"하던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포옹하면 닳아서 얄팍해진 옷 사이로 진하게 느껴지던 아들의 온기와 말랑이던 살결의 촉감이 그리워졌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촉감을 대신할 수 없다. 그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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