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알람이 떴다. 지난주 훈련 영상을 올렸다는 공지였다. 지난 주만 해도 영상이 뜨자마자 재생해서 아들을 찾았다. 이번엔 좀 한가할 때 보자 하고 미뤘다. 영상은 오후쯤에 봤다. 지난주엔 단체로 앉아서 설명을 듣거나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만 보이더니 이번 주엔 제법 훈련 같은 훈련을 한 것 같다. 구령에 맞춰 대형을 넓히거나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학교 때가 기억났다. 이럴 때 꼭 한두 명씩 틀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살짝 긴장했다. 혹시 틀리는 아이는 없는지. 하긴 누군가 틀렸더라도 틀린 영상을 올렸을까. 본인에겐 창피라면 창피한 일이고 또 그 모습을 보는 부모 마음은 얼마나 안쓰럽고 걱정스러울까. '저걸로 혼나지는 않았을까. 계속 저러면 안 될 텐데.'
훈련생의 모습은 지난주보다 더 비슷비슷해 보였다. 영상을 찍을 때만 살짝 마스크라도 좀 내리면 안 되나 싶었다. 하나를 베풀면 둘을 요구하는 심보가 이런 거겠지? 열심히 아들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사진이었다면 한 명 한 명 확인했겠지만 영상은 쉽지 않았다. '잘했겠지'하고 아들을 찾는 노력은 접었다. 아들 말로도 제식 훈련 때 크게 틀리는 거 없이 잘했다고 했다.
얼마 전 올라온 단체 사진에서 아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음이 편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잠시, 엄마 아빠가 볼 걸 생각해서 일부러 더 밝은 표정을 지었나도 생각했지만 그건 좀 오버 같았다. 그냥 그 순간 마음에 여유가 있었겠지. 나도 한결 마음이 넉넉해졌다.
처음 밴드에 공지와 아이들 소식이 올라올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웠고 다행이다 싶었다. 입대를 앞두고 정보가 부족해 한참 답답했던 적이 있었다. 입대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쯤 끝나는지, 5주 훈련이라는데 수료식 날짜는 정확히 언제인지. 또 몇 시인지. 이제 이런 답답함은 없을 것 같다.
아들을 보내고 바로 밴드에 가입할 수 있는 링크가 왔다. 밴드 운영에 대한 수칙이 첫 공지로 올라왔다. 글을 확인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밴드 알림이 울렸다. 이번엔 또 무슨 얘기인가 싶었는데 댓글 알림이었다. 공지 글에 어느 부모님이 "OOO 파이팅!"이란 댓글을 달았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나보다 더 열성인 부모님이구나 싶었다. 핸드폰 화면을 닫기가 무섭게 다시 알림이 울렸다. 또 댓글이었다. "우리 아들들 잘할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다시 알림. 이번에도 댓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거 하루 종일 울리겠는데?!
서둘러 알림 기능을 찾았다. 중요한 공지를 놓칠 수도 있으니 나를 언급한 글(공지 등)을 제외하고 다른 알림은 해제했다. 그제야 핸드폰이 잠잠해졌다. 휴~
밴드에선 주마다 해군 홈피에 사진이나 영상이 올려졌다는 안내 물론 주말이나 연휴 동안 아이들에게 핸드폰이 주워지는 시간까지 친절히 안내해 줬다. 때에 따라선 일정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도 따라왔다. 통화 가능 시간이 올라오면 그 시간은 미리 준비하게 된다. 어제는 오전 9시 반부터 10시 반까지라고 했는데 9시쯤 전화가 왔고 20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은 1시부터 3시 중 1시간이 될 거라고 했다. 곧 1시다. 아무래도 전화를 받고 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전까진 계속 대기 상태일 듯하다.
남편은 이런 걸 보고 어째 소식이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전화에 크게 얽매이진 않는 것 같다. 받을 수 있으면 받고 못 받으면 어쩔 수 없고,라는 마음 같다. 내가 좀 유난인가 싶었는데 네이버 카페를 보니 난 양반 같았다. 카페엔 '통신보약'이란 말이 있었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통신병처럼 무슨 보직이나 어떤 군대 용어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말에 오는 아들 전화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아들 목소리가 마치 보약처럼 힘을 준다는 뜻에서 쓰는 은어 같은 거였다. 아들 목소리가 기다려지긴 하지만 보약까지는 좀....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될 것 같다. 해군 홈페이지에서 지난 기수 사진과 영상을 보니 3주 차부터 본격적으로 수상 훈련이 있는 것 같다. 아들은 수영을 할 줄 알고 물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훈련은 다른 차원이니 꽤 힘들지 않을까 한다. 구조 훈련도 있는 것 같고 보트를 들고 옮기는 모습도 얼핏 본 것 같다. 훈련 끝나면 몸살이 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밴드나 카톡은 말할 것도 없고 전화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옛날 부모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들들을 군대에 보냈을까. 기껏해야 편지나 주고받고 그야말로 한번 가면 감감무소식이었을 텐데 그 심정이 어땠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여기며 자기 삶에 집중했을까, 아니면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온갖 걱정을 끌어안고 제대 날만 기다렸을까.
다음 주 영상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보게 될 것 같다. 지금보다는 훨씬 무거운 마음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쉽게 영상을 확인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편히 볼 자신이 없다. 이런 걸 보면 오히려 예전처럼 그저 잘 있겠거니, 하고 지내는 게 더 나은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하도 여러 일들이 일어나니. 정보가 전혀 없으면 그것도 그것 나름으로 마음 졸이지 않을까 싶다. 잘 있겠지 대신 혹시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불안감만 쌓일지도 모르겠다. 정보든 소식이든 많으면 많은 대로 신경이 쓰이고 없으면 또 없어서 불안하다. 적정선은 어디일까. 지금은 적정선일까.
방금 전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어디 아픈 데라도 있냐고 묻자 '그냥 좀 피곤해서'라고 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