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늘 용기였다

by 김자옥

요즘 일본 어학연수를 고민하고 있다. 사실 요즘은 아니다. 오래됐다.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직장에 다닐 때는 경력을 빨리 쌓아야 할 것 같았고, 결혼해서는 아이를 돌봐야 해서 떠나지 못했을 뿐. 왜 떠나야 하냐고 묻는다면 어학 전공자로서의 막연한 꿈이랄까. 이젠 각종 영상과 어플이 넘쳐나 굳이 현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가고 싶다. 가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다. 내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부딪혀 보고도 싶다.


아들이 군대를 가는 시기가 딱일 것 같았다. 막연히 생각해 오던 게 현실이 되니 또 생각이 많아진다. 퇴사하고 쉰 지도 오래됐는데 이젠 일을 할 때가 아닌가. 가면 다 젊은 사람들일 텐데 어울리지도 못하고 어학원만 왔다 갔다 하는 거 아닌가. 아들이 휴가 나왔을 때 엄마가 없으면 많이 허전할 텐데. 혹시 내가 없어서 잘못되는 건 아닌가.


안다. 이런 거 다 용기를 내지 못하는 핑곗거리라는 거. 옛날에도 그랬다. 돈 없어도 가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았고, 1년 경력이 늦어진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결심하고 떠나면 됐다. 그때 내지 못한 용기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때 떠났으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삶이 흘러갔을 수도 있겠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있다. "아들이 군대에 가면 일본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하고 슬쩍 마음을 비추자 친구는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야! 꼭 가! 부럽다. 나도 애들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가고 싶어." 생각지 못한 친구의 반응에 가슴이 설렜다. 아들의 입대 날짜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입대는 2월로 정해졌다. 한 달로 예상했던 훈련소 기간이 해군은 더 길었다. 5주의 전반기 훈련이 있고, 후반기 훈련이 또 있다. 후반기는 직별마다 기간이 다르다. 게다가 각 훈련이 끝날 때마다 휴가도 나온다. 적어도 그때는 있어주고 싶다. 4월 학기는 날짜가 아슬아슬할 것 같다. 4월이 아니면 10월인데. 일본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다. 겨울만은 피하고 싶은데....


불안해졌다. 나 이러다 또 안 가는 거 아닌가. 또 이유를 찾고 있는 거 아닌가. 어젯밤에는 스레드에 짧게 글을 올렸다. "마흔아홉에 어학연수 가도 될까요?" 올리면서도 이걸 왜 묻나 싶었다. 어떤 대답들이 올라올지는 훤히 알고 있었다. "못 갈 이유가 뭐예요?" "저는 더 늦은 나이에도 떠났어요."


반응은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조회수가 하루밤새 만을 넘고 댓글이 이백 개가 넘게 달렸다. 몇 개의 댓글은 심장을 뛰게 했다.

"뭐야.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 "저도 3년만 있다가 갈 거예요. 먼저 가 계세요."


이젠 정말 가야 했다. 어쩌면 난 누가 떠밀어주길 바랐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정도로 원하는데 진짜 뭘 더 고민하는 걸까.


조금 전 유학원에 카톡으로 문의를 했다. 정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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