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글을 안(못?) 썼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매일 글을 쓰겠다던 다짐은 한 달도 채 안 되어 '더 중요한 일'이란 말 앞에서 쉽게 꺾였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지난 일주일은 좀 분주했다. 일단 일본 어학원을 알아봤고, 한국 유학원에 연락해서 이런저런 걸 물었다. 4월 자리가 아직 있다는 말에 잠깐 흥분했지만 숙소에서 막혀 좌절했다. 7월로 계획을 수정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리곤 드디어 어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새로 시작하려는 일이 있는데 바로 한국어 강사다. 작년부터 한국어교원자격 과정을 밟고 있었다. 막연히 배워두면 유용하겠다 싶었는데 과정이 끝나가면서는 배웠으면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여러 경로를 고민하다 일단 시작하기 용이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이것도 생각한 지는 오래됐다. 계속 '수수료가 만만치 않대' '거기도 경쟁이 심하대' 같은 말에 흔들려, 해보기도 전부터 고민만 가득했을 뿐. 이러다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고, 블로그 주인에게 무작정 문의 글을 보냈다. 답장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알려준 대로 사이트에 가입을 하긴 했는데 나머진 한참 헤맸다.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짧은 인터뷰까지는 마쳤다.
중간중간 새로 나온 AI 툴에 들어가 이런저런 걸 시도해보기도 했다. 야심 차게 '나도 해봐야지'하곤 만지작거리면 마지막에 꼭 유료결제 창이 나왔다. 결제를 망설이는 사이 또 다른 툴이 나왔다. 하나도 제대로 못 따라가고 있는데 이러다 시대와 완전히 동떨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나아지는 건 없고 걱정만 가진 채 쏟아지는 영상물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다짐한 게 있다. '아들이 경험하는 만큼 나도 경험하고 성장하겠다.' '막연한 성장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를 내겠다.' 그중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어학 실력을 높여 놓을 것. 영어로 된 유튜브를 같이 보면 아들은 웃고 나는 못 웃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더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 아들이 묻는 일본어에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게 하겠다. 매번 시작하겠다던 중국어를 꼭 하겠다....
다음은 책 출간이다. 한참 쓰다가 중단하고 방향을 틀고 다시 생각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아들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가끔씩 "열심히 쓰네. 잘 돼 가?"하고 물었다. 그럴 때면 뜨끔했다. 나 열심히 하고 있는 건가. 아들이 전역하기 전 결과물을 냈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다.
또 하나는 AI 툴 활용이다.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들이 군 생활을 하는 1년 8개월간 많은 게 변할 텐데 깜깜이로 있고 싶지 않다.
아들이 입대한 지는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주 영상에는 수중 훈련하는 모습이 담겼다. 첫 장면부터 가슴이 철렁했다. 보기에도 아찔한 높이에서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5미터였다고 한다. 무섭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럴 정신도 없었다고 했다.
이번 주 영상엔 총을 들고 있었고 무게가 상당해 보이는 두꺼운 봉을 단체로 들고 있었다. 아이들 표정은 일그러졌고 어떤 아이는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아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봤다면 반가움보다 안쓰러움이 컸을 것 같다. 오늘 통화에서 힘들지 않았냐는 하나마나한 질문에 아들은 "힘들었지"라며 덤덤히 말했다.
아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한 단계씩 밟아가며 나아가는 모습에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뭐 하고 있나. 아들은 5미터에서도 뛰어내렸는데.
잠깐 스스로를 달랬다. '특별한 결과는 없었어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잖아? 이렇게 하나씩 해 나가는 거지. 괜찮아.'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계속 이럼 안 돼. 이러다 어영부영 시간만 흘러. 며칠간 빼먹은 플래너를 빨리 펼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