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공감능력

by 김자옥

가끔 상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지금 영어로 말을 했나? 아님 벽에다 대고 말을 했나? 하는 순간이 있다. 상사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다. 분명 힘들다고 얘기를 했는데 열심히 해보라고 한다. 이런 점이 어렵다는데 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도움은 커녕 어떤 위안도 안 된다. 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때론 아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팀원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지시 사항이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다 어렵겠다는 얘기를 하면 “뭐가 어렵다는 거야? 처음부터 안 할 생각을 하니까 어렵지” 라며 어이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사전예고나 상의도 없이 새로운 지침을 발표해 팀원들을 아주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팀원들이 느낄 당혹감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팀원의 개인 생활에는 아예 생각이 미치지도 않는다. 퇴근 시간 다 돼서 일을 주고는 오늘까지 해야한다거나, 금요일 저녁에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월요일 아침, 임원 회의 때 들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식의 지시를 내린다. 힘들 것 같다는 말은 하나마나다. 애초부터 그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말해봤자 냉랭한 답변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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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능력은 다름 아닌 공감 능력이다. 공감(共感)이란 한가지 느낌이라는 말이다. 너와 내가 각자 다른 느낌이 아닌 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뜻이다. 타인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건 많이 어려운 일이다. 특히 회사에는 더욱 그렇다. 남의 감정보다 내 감정 내 일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 반대로 내 감정을 이해 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는 생각이 복잡해진다. 전에 한 상사는 매번 무리한 요구를 했다. 시간이 촉박하든, 나에게 우선 처리해야 할 다른 업무가 있든 상관하지 않았다. 항상 본인의 일이 우선이고 먼저 처리해 주길 원했다.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봤자 통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있어 나의 상황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든 처리만 되면 그만이었다. 어렵게 해서 보고를 올려도 일적인 질문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졌다. “시간도 없었을 텐데 고생했다”, “오래 걸렸을 텐데 하느라 수고 많았다” 정도의 말만 해줬어도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다른 누구보다 리더에게 있어서는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리더가 나의 고충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만큼 섭섭한 일이 없다. 이 섭섭한 감정은 일에 대한 의욕을 잃게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히트 리프레시>에서 공감 능력은 리더십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모든 사람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힘이기도 하다고 했다. 공감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직원에게 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관찰해야 한다. 왜 힘들어하는지, 일이 많아서인지, 능력 문제인지, 사람 문제인지, 어떤 걸 어려워하고 어떤 걸 잘 하는지, 요즘 왜 의욕을 잃었는지, 회사 문제인지 집안 문제인지. 일이 아닌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 그들의 말에 답이 있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정혜신 박사는 모르는 감정은 물어야 하고, 들을 때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기껏 말했더니 “도대체 그게 왜 힘들다는 거지?”, “그건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 같은 말이 돌아오면 허무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말을 말 걸 이란 생각이 든다. “공감적 경청이란 다른 사람이 가진 준거틀의 내면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통해서 사물을 보는 것, 즉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에 입각하여 세상을 보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의 말이다. 들을 때는 나의 기준이나 입장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오로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또 하나는, 직접 현장을 살피고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 가능하면 실무도 해보면 좋다. 그래야 직원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책상에만 앉아서는, 올라오는 결재서류만 봐서는 직원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 다음은 <불황을 이기는 힘, 자포스에서 배워라>에 나오는 말이다. “리더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 현장의 직원들은 자신과 자신의 의견이 소중이 여겨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리더는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이 볼 수 없고 알 수 없었던 것을 직접 접하게 되므로 개선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현장을 직접 살피고, 실무를 이해하는 리더만큼 신뢰가 가는 리더도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감 즉 다른 사람과 한가지 느낌을 갖기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작은 노력으로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 어려운 걸 해내야 리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맹자는 천하 사람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고 천하 사람들과 근심을 함께 하고도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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