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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16. 2020

나이 들면서 삶이 만족스러우려면

한동안 ‘나답게’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린 적이 있었다. 나다워야 한다,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나답다는 게 뭘까. 가끔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사람들이 ‘너답다’라고 하기도 했다. 이때도 한참 고민했다. 이게 무슨 의미지? 좋은 뜻인가 나쁜 뜻인가.      


임경선과 요조가 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에서 이런 대목을 발견했다. 혼자서 맞다며 고개 끄덕였다.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반대 방법이 낫다고 봐.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부터 시작하는 거지. 왜냐, ‘좋음’보다 ‘싫은’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해서야. ‘하기 싫은 것/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 이런 것들을 하나둘 멀리하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가 절로 선명해져.”        


난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정확히 말하지 못하더라도 뭘 싫어하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싫은 것에 대해선 의사를 표시하는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잠자코 있기보다는 말을 하는 쪽이다. 아마도 이런 뜻에서 나에게 ‘너답다’라는 말을 한 게 아닐까 싶어 졌다.      



뭘 좋아하는지는 고사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호한 사람들이 있다. 표현을 잘 안 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전에는 분명 싫어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아무렇지 않아 한다. 반대로 전에는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정색을 한다. 좋고 싫음만 그런 건 아니다. 생각도 그렇다.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하고 있었는데 어느 땐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이 사람의 생각은 뭔가 싶다.   

   

또 이런 사람들도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는 건 많은 것 같다.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알고. 책도 많이 읽는 것 같다. 이것저것 아는 척을 많이 한다. 세상 모르는 게 없다. 알려 달라고 하지 않은 것도 막 알려준다. 근데 가만 듣다 보면 전부 남의 얘기다. 어디서 들었고, 어떤 책에서 봤고, 누가 한 말이고. 근데 그래서 본인 생각은 뭐냐고 물으면 우물쭈물한다. 좀 전의 그 유창함은 어디로 갔는지.      


지식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지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어떻게 활용할 건지가 더 중요하다. 그럴 때 필요한 게 가치관이고, 자기 철학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철학이 없는 사람들은 책을 읽어도 읽고 기억하기에 급급하지,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지, 다르다면 어떤 면이 다른지, 저자는 왜 이런 말을 하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여기서 난 어떤 걸 받아들일지 또 어떤 건 버릴지 등은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읽었다는 거에 의미는 두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나 그 책 읽었어’라는 말은 아무 쓸모가 없다. 어떤 부분이 좋았고 내 생각은 어떤지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 좋은 건 내 삶에 응용하는 거다.       

     


자기 철학은 나를 먼저 알아야 가질 수 있다. 나를 알지 못하면 그저 누가 그러는데 이게 중요하다더라, 이건 이런 거라더라, 만 수집하다 끝난다. 늘 남의 말과 생각만 쫓아다니는 거다.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떤 걸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지, 하고 싶은 건 뭔지, 어떤 사람들과 잘 맞는지, 언제 행복하다 느끼는지 등을 알아야 많은 정보 속에서 내게 맞는 것과 내게 필요한 것만 골라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다.   


“자기이해가 깊어지면 자신의 고유한 관심사, 취향, 기호, 가치관, 사상 등이 형성된다.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게 되면서 ‘나 아닌 것’에 매달리기보다 ‘나’인 것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나이 들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더 이상 ‘나 아닌 것’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이 <관계를 읽는 시간>에서 한 말이다. 나이 들어서 삶이 만족스러우려면 자기 철학에서 벗어나는 것 즉 내가 아닌 것을 과감히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나’를 알아야 한다. 

© silviarita,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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