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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y 21. 2019

도전과 응전, 변화와 적응.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인류의 문명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이어왔다고 하였다. 안으로든 밖으로든 어려움을 겪을 때에 사회를 구성한 사람들이 지혜를 발휘하고 응집력을 형성하여 대처해 왔다. 그런 결과, 응전에 성공한 집단과 문명들이 살아남아 있다는 것.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맞닥뜨린 도전적 과제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느냐에 존폐 여부가 달려있다. 극복하지 못하면 스러질 것이며, 딛고 일어선다면 생존과 발전을 이어갈 터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기술의 습격이야말로 오늘 인류가 만난 기술적 진보임과 동시에 문명적 도전과제가 아닐까. 정보통신과 소통방식에 있어 디지털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보의 양과 그 전달되는 속도는 이전 세기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가 아닌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언론과 미디어가 만들어 보급하여 오던 뉴스와 분석도 이제 보통사람들의 손으로 넘어오고 있다.


가짜뉴스는 그런 맥락의 끄트머리에서 발생한다. 누구나 소식을 만들어 전달할 수 있고 또 보통 사람들은 별다른 방어기제 없이 수용하고 이해하며 설득된다. 게다가 사람에게는 ‘보고 싶은’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본능이 있지 않은가. 출처도 분명하지 않고 내용도 논리적이지 않으며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도 않을 가짜뉴스들이 창궐하고 있다. 그런 쪽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들며 오히려 당당하다. 이를 어찌해야 하는지.


최근 ‘21세기를 위한 21가지 교훈들’을 쓴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이제 시간이 없다’고 하였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새로운 시대에 제대로 적응할 교육 시스템을 얼른 마련하여야 하는데,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한다. 물밀 듯 다가오는 디지털 기술의 공격 앞에 지금처럼 손 놓고 있어서는 개인도 언론도 사회도 문명도 스러져 갈 일만 남았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기량으로 비판적 사고능력, 소통하는 능력, 협력하는 기량, 그리고 창의성을 들고 있다.


밀려드는 정보들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석적으로 이해하여 진실을 담고 있는 정보인지를 가늠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하겠지만, 오늘을 사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이 ‘비판적 사고능력’은 필수 덕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해지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개인 각자가 보다 날카롭고 분석적인 안목을 준비해야 한다.


허위로 조작된 정보를 걸러내는 공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 독자들도 새로운 정보환경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정보의 생명은 그 진실성에 있지 않은가. 거짓 정보와 조작된 내용은 이를 수용하는 시민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영향을 끼치게 될 뿐이다. 새로운 정보환경에 익숙해질 시민들이 당신이 퍼뜨린 정보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목소리를 누가 계속 들어줄까. 이는, 어느 개인의 각성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대처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하면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 우리 사회에 꼭 있어야 할 ‘소통시스템’이 와해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표현의 자유는 소중하다. 소중할수록 잘 지켜야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거짓과 허위, 기만과 조작은 표현의 자유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저지르는 이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을까. 21세기 빛나는 문명에 꽃이 피도록, 디지털 기술의 도전에 경계심과 정보윤리로 맞서기로 하자.


토인비 선생은, 인류가 역사를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으로 지켜왔다고 하였다. 디지털 신문명의 내일을 우리의 응전으로 넉넉하게 지켰음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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