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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r 17. 2021

기술의 진보, 인성의 퇴보

세상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세상이 되어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발달은 세월과 함께 가히 눈부시다 하리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재촉하듯 움직여 간다. 디지털환경과 인공지능은 그 적용 범위를 날로 넓히며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낸다.


세상을 두고 떠나기가 아까울 만큼 앞으로 만나게 될 내일 세상이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어제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물이 희귀할 정도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어 간다. 사람은 어떤가.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만큼 사람도 보다 선하고 좋은 모습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목격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리 좋아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발견하는 사람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향기가 나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모습을 가지기 일쑤가 아닌가. 날마다 들려오는 정치권 뉴스는 나은 세상을 당겨오는 방법과 정책을 다루기보다 서로 흠집을 내고 헐뜯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어느 가닥에도 시민을 위한 배려와 공감어린 고뇌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 후보의 약점에만 집중하고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시민의 삶을 숙고하고 도시의 내일을 신중하게 설계한 흔적이 도무지 없다. 도대체 무엇으로 세상을 바꾸고 어떻게 시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후보 단일화와 세력 대결에 마음을 쏟은 나머지 시민의 삶은 후보들의 관심 밖으로 한참 멀어져 있다. 선거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는 정치풍토는 과연 시민의 투표로 바꿀  있을까.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는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그리 새로운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혐오범죄와 성범죄도 이 땅에서 사라질 줄 모른다. 기술은 나날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데 인성은 어찌하여 좀처럼 나은 방향으로 나아기지 않을까. 문명과 인성이 함께 발전해 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상이 제아무리 발전하여 좋아진다 해도 사람들 간에 갈등과 반목, 폭력과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면, 그 모든 긍정의 에너지는 부정의 늪을 헤매고 말 것이 아닌가. 하드웨어가 발전하는 만큼 소프트파워가 균형있게 자리를 잡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날이 갈수록 교육의 책임이 무겁고 인문학적 소양이 맡아야 할 자리가 넓지 않은가.


기술과 문명의 발달만으로는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겉으로만 그럴듯할 뿐 자칫 인간의 속성과 세상의 모습을 오히려 그르칠 확률마저 보인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이웃을 생각하고 함께 호흡하는 공동체성을 길러야 한다. 나만 행복한 멋진 세상이 아니라 함께 누리는 즐거운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부유한 선진국을 향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착한 나라’를 만들 욕심도 부려야 한다. 예전의 어른들은 어째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을까. 오늘 우리는 ‘돈 잘 버는 사람이 되라’고만 가르치지 않는가. 인성도 기술과 함께 균형있게 길러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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