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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r 24. 2021

대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벚꽃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 인구감소를 바라보면서 예견하였던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다.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여 존폐의 기로에 선다. 모든 대학들이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학령인구 격감이 가져다줄 대학캠퍼스의 내일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교수들 사이에는 이미 ‘대학에 미래가 있는가’를 고심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학이 스스로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펼쳐질 고등교육의 나아갈 바를 새롭게 살피고 정돈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학생숫자가 당장 문제이겠으나,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도 대학의 고심을 더욱 깊게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교육기관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팬데믹에 대처하였다.


봄학기를 맞아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 소식을 접하면서 대면강의를 폭넓게 시도하지만, 어느 틈에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전처럼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이 지나간 다음 다가올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사이버대학을 보다 넓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습관과 태도에 온라인접촉은 대학경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수와의 교감과 교류, 사제지간의 소통과 협력이 물론 소중하지만, 그마저도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미 깊게 자리잡은 듯 하다. 학생들이 대학과 대학생활에 거는 기대 가운데 ‘강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회 일반이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해 간다. 대학은 더이상 지성인을 기르는 상아탑이 아니라, 안정된 직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의 현장처럼 변모하고 말았다. 졸업생 취업률이 대학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고 대학마다 차별화와 특성화를 시도하기에는 우리 대학은 너무나 서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대학교육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대학들을 도와온 끝에, 이제는 대학들이 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이 깊어져서 돌이키기 어려운 관례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재정적인 자립을 온전히 이룬 대학이 드물 정도가 아닌가.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 대학의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대학과 정부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뿌리부터 다시 살펴 대학다운 모습을 회복하도록 결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대학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대학 지성을 기르는 자긍심으로 수십 년을 지내왔다면 ‘보편적 지식인’을 기르는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해야 한다. 대학에서 낭만과 교감을 기대하던 대학생의 모습은 이제 온라인소통과 비대면교류로 변화된 환경을 경험하며 바뀌어 간다. 학생을 만나며 지적 대화에 익숙했던 교수의 모습도 디지털시대가 제공하는 신박한 교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적극적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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