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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y 18. 2021

부부는 기적이다.

 어떻게 만났을까. 저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 만난   사람. 평생 배필로 살아가는 운명으로 짝지워 졌다는 사람. 가족의 모양이 여러 가닥으로 바뀌어 간다지만, 일단 만나고 나면 헤어지기도 그리 쉽지는 않은 사람. 부부라 부르는 인연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인가.


둘이 만나 이룬 가정을 통해 생기는 자녀들. 부모에게 아이들은 얼마나  선물이며 아이들에게 부모는 기적같은 만남이 아닌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시작하는  모든 사건과 이야기들도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세상의 모든 스토리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서 비롯하여 가지를 치고 넝쿨이 된다. 만남이 소중한 만큼 함께 걷는 길도 아슬아슬할지언정 흩어지지는 않았으면 싶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     


5 21. 부부의날이라고 한다. 핵가족시대의 가정과 사회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 청소년 문제나 고령화 문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법정기념일이라고 한다.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는  쉬울 수가 없다. 만나는  신통한 인연이었겠지만 오래 살아내는 일은 만만찮은 기적인 셈이다.


크고작은 다툼이 없을  없으며 따라오는 갈등이  골칫거리다. 다툴  있다는  오히려 아직 젊은 표식이라는  아닌가. 온갖 정이  식은 나머지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부부도 드물지 않다. 젊은 시절 뜨거웠던 사랑은 기억에도 없다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가. 듣자 하니, 세기의 갑부도 등돌린 부부가 되었다는 모양인데, 평범한 엄마와 아빠는 사랑의 끈을 어떻게 묶어낼  있을까.     


러시아 속담  자락. ‘전쟁터에 나갈 때는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기도하고 결혼할 때는   기도하라.’  마디를 더하고 싶다. ‘아직 기도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기도하라.’ 여지껏 곁을 지켜준 일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 가정의  축을 든든하게 버텨주기를 기도해야 한다. 당신이 있어 생긴 아이들과 집안의 웃음에 감사해야 한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에도 이어질  있기를 기도해야 한다.


전쟁보다 아니 바다보다 거친  결혼이라면,  길을 함께 걷는 당신은 용감하고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행복한 부부는 ‘사랑의 달인 아니라 ‘생활의 달인이라고 한다. 부부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아니라 몸으로 서로를 챙겨주는  아닐까.      


부부의날을 지어낸 이에게 고맙지 않은가. 자칫 잊고 지낼 뻔한 무덤덤함을 깨워준 수고에 고마울 따름이다. 처음 만났을 적에는 닭살 돋는 말들을 술술 잘도 하더니만, 일주일 내내  마디도  건네는  중년 부부의 일상이라고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신경끄는  상책이라면 같이 살아야  까닭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억지로라도 서로 응원가를 불러주었으면 싶다. 그동안 고마웠노라고. 앞으로도  부탁한다고.  노여웠으면 이젠 풀어도 보자고. 정말로 섭섭했으면 이제부턴 이해도  보자고.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부부는 기적이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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