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주도하던 판이 흔들린다. 한 때 40대기수론을 들어보았지만 30대가 지도자 반열에 선 모습은 사뭇 낯설다. 늘 보던 얼굴들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경험과 관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보지만, 이제는 고인 물이 되어버린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었던가. 젊은 정치인이 선배들을 간결한 논리와 수려한 말솜씨로 마주하는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다.
그가 만들어낼 충격과 변화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젊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판에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대와 30대는 함께 뛸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을까. 선배들은 저 현상 앞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진보의 깃발이 높기는 했지만, 함께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놓쳤던 모양이다. 공감과 배려를 말하기는 했지만, 바라보는 지평이 좁았던 모양이다. 민생의 현장과 청춘의 난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마련이다. 88만원세대와 헬조선이 오래 전부터 경고해 왔건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젊은 세대는 놀라우리만큼 소외되었다는 자각에 이르고 말았다.
나라경영에도 청년정책은 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고 결론은 언제나 나이든 기득권층에게만 과실이 돌아가는 듯 보인 게 아니었을까. 노동현장의 안전사고, 병역과 군대의 현실, 대학입시와 대학교육, 페미니즘과 성차별, 공교육과 사교육의 부조화, 취업장벽과 불투명한 미래..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젊은이들과 관련된 정책 아젠다는 많은데 어느 하나 시원하게 정리된 게 없다.
분노할 만도 하다. 그러니 젊은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도 맞다. 청년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하고 미래가 기대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생각이 젊어져야 하고 지향점이 싱싱해야 한다. 누가 맡아도 그가 바라보는 앞길에 청년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그가 나이가 젊다는 까닭으로만 표심이 움직인다면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나이가 젊은 것은 모두가 알지만, 그의 생각이 실제로 ‘청년의 기운’을 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경고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이가 젊어도 생각이 고루할 수 있고, 노년에 이르러도 젊은 생각을 샘처럼 퍼올리는 어른들이 있다. 일으킨 바람에 어울리는 젊은 기운이 나라 안에 폭넓게 번져가길 기대해 보자.
이번뿐이 아니다. 앞으로 만날 모든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는 젊은 생각과 싱싱한 기운을 찾아야 한다. 청년들 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젊음을 회복해야 한다. 희망과 기대를 접었다는 사람처럼 불행한 이는 없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떠오를 무지개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 젊고 싱싱한 생각이 가득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상상과 창의로 넘실대는 청년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
생각이 젊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야 한다. 선배들이 만들어온 기반 위에 새 기운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