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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Jul 28. 2021

평화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도록.

인터넷과 노트북 그리고 핸드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모든 지식과 정보, 소통과 교류는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오히려 앞당긴 셈이다. 비대면과 디지털이 대세가 되어 교역과 외교, 교육과 경제를 포위하였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고도 못 할 게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 간다. 얼른 적응해야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터. 편한지는 몰라도 혹 잃는 게 없을지 살펴야 한다.      


찌는 더위 속에는 없으면 상상하기 힘든 게 또 하나 있다. 에어컨. 한국에 들어온 지 반세기도 안 되었는데 도시를 완벽 점령하였다. 빌딩과 오피스는 에어컨이 장악하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무겁게 들어선 도시의 숲은 폭염을 에어컨으로 겨우 식힌다.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와 차량배기열이 기온상승을 부추기고 부자연한 순환환경 탓에 냉방병이 기승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여름마다 몸살이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사귀며 오가는 정을 나누지 않게 된 만큼, 자연과의 연결도 인공적으로 차단하여 함께 숨을 쉬는 자연스러움마저 잊어가는 중이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 중에 올림픽은 열렸고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질 모양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열어제낀 스포츠의 축제마당에서 세계가 겨룬다. 어려운 가운데 혼신을 기울여 준비했을 선수들 땀방울에 감동할 뿐이다. 코로나19의 그늘로 신음하는 온 세계에 빛줄기 한 가닥이 드리워진 느낌이다. 답답했던 남북관계도 문이 열리는가 싶다. 


안팎으로 꽉 막힌 사정들만 그득한 차에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릴 기미를 환영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올림픽이 팬데믹을 염려하며 진행 중이듯, 남북이 만나는 일에 더 이상 실수와 패착은 없어야 한다. 평창올림픽에서 대화의 문이 열렸던 기억은 내년 초 베이징올림픽 즈음에 결실이 있을까 기대하게 한다. 일방적 구애와 독선적 주장은 피해야 하고 겨레와 한반도의 운명에 집중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남북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엔도 한반도에 연락과 소통이 열린 일을 지지한다고 하였다. 그간의 합의와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온갖 어려움 속에도 살아있는 올림픽 정신처럼 난관과 역경을 뚫고라도 끝내 이뤄낼 평화와 통일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 우리 모두의 소원을 기억해야 하고 뭉치면 더욱 강해질 겨레의 내일을 겨냥해야 한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환경과 기조에도 흔들림없이 벼루는 민족의 목표를 기억해야 한다. 


조용하게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정부가 지펴낸 불씨에 고마운 마음이며, 이를 보다 높이 타오르게 하여 마침내 평화의 기틀이 든든하게 들어섰으면 한다. 비대면과 차단막이 육중하지만, 민족이 하나가 되려는 상생과 화합의 기운을 꺾을 수는 없다. 평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 마당에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어 등장할 날을 만나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조금 트인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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