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그러네 Jul 21. 2021

내일을 이야기하라, 쫌!

본인은 억울하지 않을까. 52시간 정책이 문제라는데 120시간만 시비거리가 된다거나, 대구를 칭찬한다는 소리가 다른 지역을 폄훼한다고 들렸다는 게 아닌가.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그처럼 힘들다. 오죽하면, 어느 옛 시인은 ‘말로써 말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고 했을까. 글이든 말이든 적거나 뱉은 다음엔,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 읽고 들은 사람들이 새기고 해석하며 소비한다. 나의 배경과 처지를 바탕으로 표출된 생각이지만, 받아서 사용하는 쪽에도 그들의 배경과 처지가 있다. 내 생각에 대한 그들을 오해를 내가 아무리 애쓰며 바로잡으려 해도 좀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처럼만 생각하라고 주장할 방법이 없다. 공인으로 사는 길을 그래서 피곤한 법이다.     


고단한 길에 그들은 왜 나섰을까. 나 하나만을 위해 살기보다 남들을 위해 살겠다는 진정성을 믿어주기로 하자. 그렇다면 남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지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와 백성이 살아가는 길에 꿈이 살아나고 희망이 피어나는 생각이 들려야 하지 않을까.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벌써 여럿이지만, 국민은 내일을 이야기하는 당신을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다.  현란한 말솜씨와 빼어난 설전이 이어지지만, 어제를 탓하고 흠집만 파고드는 당신들에게 국민은 이미 지쳤다.      


포스트코로나를 어떻게 맞을 것이며 4차산업혁명을 어찌 대처하고 기후위기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지 당신에게는 큰 생각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좌우와 빈부로 갈라진 사회의 모습은 어찌할 것인가. 경제와 기업, 노동자와 사용자를 함께 이롭게 할 방법은 있는가. 세대와 성별 간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 청년문제가 잠시 떠오르는가 했더니 어른들 샅바싸움에 다시 가라앉은 느낌이다.  백년대계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있지 않은가.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적 위치도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정비와 평화를 향한 통일정책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국민에겐 하잘것없는 말싸움만 들린다. 무게있는 분석은 없고 사이다적 세 치 혀만 들린다. 나라에 필요한 건 ‘통쾌한 반격’이 아니라 ‘진중한 해결’이 아닌가. 듣고 당장 시원해지는 탄산소다보다는 조금 천천히 가도 내일을 다지는 무거운 정책을 만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이 불편한 까닭을 내일을 향한 비전과 계획으로 이겨내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런 꿈을 당겨오는 당신에게 내 표를 던질 터이다.      


작가 제임스클라크(James Freeman Clarke)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고 하였다. 고달픈 공인이 되어 남을 위하여 살겠다는 참된 다짐을 하는 정치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정치꾼인가, 아니면 정치인인가. 당신의 그 한마디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가 아니면 그저 속만 시원하게 하는가. 나라를 이끌어 보겠다고 나선 당신에게서,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깊은 속내를 눈치채고 싶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매거진의 이전글 이 여름이 뜨거운 까닭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