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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Nov 24. 2021

생각을 구부리는 두 가지 방법.

그가 죽었다. 이제는 말이 없다. 겨레와 역사 앞에 치부와 치욕만 남기고 누워버렸다. 듣지 못한  한마디가 참으로 아쉽지만, 들었다 해도 선명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막이 내렸음을 확인하며 한숨 돌린다. ‘서울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으며 들어섰던 군인들 앞에 국민의 시간은 멈추고 말았다.  앞에 섰던 그는 잔인하고 거침이 없었다.


군사반란을 넘어 광주를 도륙함으로 권력을 거머쥐고 무도한 세월을 주도하였다. 찬탈한 자리에 앉은 동안  어떤 정책적 성과가 있었다 해도, 수다한 시민이 입은 상처와 무너져내린 헌정질서는 돌이키기 힘든 상흔을 남겼다. 역사 앞에 천추의 오점을 남긴 그를 터럭만큼이라도 인정하는 일은 삼가야  터이다. 그가 입을 다물고 사라져버렸다.     


전횡이 난무하던 시절, 언론이 암흑 속에 신음하였다. 무자비한 언론사 통폐합과 철저한 보도내용 검열을 통하여 치밀하게 통제하였다. 쿠데타의 소위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기도 한동안 힘이 들었다.


자신들을 칭송하거나 유리한 기사거리만 매체를 통하여 전달되었고 국민들은 한동안 사건의 실체를 파악조차 못하는 세월을 보냈다. 오히려 외신을 통하여 해외교포들이  가닥 실체를 알고 지낼 뿐이었다. 언론의 입을 막아 자신들의 악행을 감추었고 국민들은 정보의 그늘에서 억울하고 어두운 채로 수년을 지내야 했다.      


통제 다음으로, 국민을 위한 언로(言路) 왜곡하고 어렵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디지털과 온라인의 도래와 시대적 트렌드를 따라 오히려 ‘너무나 많은뉴스를 넘치게 하여 진실과 진정성을 묻어버릴 수도 있다.  가지 소식에 관해서도 폭넓고 포괄적인 취재와 보도가 가능해지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검증이 부실한 사실의 전달을 통한 거짓과 가짜뉴스가 넘치게 하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


지난 시기에 횡행하던 통제와 검열이 국민의 언로를 차단했다면, 오늘 만난 범람과 혼돈은 정보의 질적 저하와 내용의 왜곡을 불러온다. 지난날 기자정신이 양심바른 보도에 심각한 갈증을 느끼며 신음하였다면, 오늘 언론상황은 고삐풀린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향한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      


폭압과 통제로 국민을 힘들게 했던 그를 ‘마지막 독재자 기억한다면, 정보의 홍수를 이용해 왜곡과 선동으로 국민을 속일지도 모를 ‘새로운 권력자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 조직적 엄호를 배경으로 불의한 권력을 휘둘렀던 그를 기억한다면, 기득권층의 지지를 집요하게 호소하며 권력을 탐하는 무리를 경계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의 내일을 향한 비전을 설정하고 부당한 세력들과 야합하지 않으며 성실하게 국정을 살필 리더십을 기대할 뿐이다.


역사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던 그를 뒤로 하고, 겨레와 나라가 새로운 용솟음을 다짐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민주주의가 실력을 발휘하려면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대선의 과정과 이후의 국정에도 국민이 지폈던 양심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나라를 기대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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