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고한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매케인의 장례식에 민주당 소속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10년 전 치열했던 미국 대선에서 두 사람은 격렬하게 맞붙었었다. 그 후에도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이념의 양극을 표방하며 여러 이슈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으로 격전을 벌였다. 그랬던 오바마 대통령이 매케인을 마지막 보내면서 이렇게 표현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같은 팀이었음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We never doubted we were on the same team.)” 이념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서 평생을 치열하게 싸워놓고 이제 와 무슨 소리인가. 다툰다고 해 봤자 죽음 앞에서야 무슨 소용이겠냐는 넋두리란 말인가.
아니, 보수든 진보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정치에 나선 우리 모두는 결국 한 가지 바람으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었느냐는 확인과 다짐이 아니었을까. 진보의 맨 앞에 섰던 그가 엄숙하고 단호하게 인정하며 다짐하는 바, 정치는 결국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있어야 한다는 그 한 생각에 어느 보수 논객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한 팀이었다는 것. 미국 국민 모두의 마음이 얼마나 위로를 받았을까. 정치인들의 마음이 사실은 하나였다는 진정성을 확인한 국민은 얼마나 행복하였을까. 그러니 함께 참석하였던 부쉬 전 대통령마저 “경쟁도 다툼도 사라졌다. (Rivalry melted away.)”라고 화답하지 않았을까.
양약고구(良藥苦口).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입에 쓰고 듣기 거북한 소리가 사회를 건강하고 든든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하기야 정치권에는 당리당략도 작동할 터이라서 모든 쓴소리를 좋은 소리로 받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 정서와 생각마저 힘들고 어렵기 시작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는 바라듯이 잘 움직이고 있는가. 나라는 기대처럼 나라다워졌는가. 이 가닥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살펴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부족하고 힘든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 개인도 국가도 일은 모두 사람이 한다.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은 없다. 실수도 있고 모자람도 경험한다. 그러므로 쓴소리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하여 쉬지 않고 움직이는 노력이 보여야 한다. 쓴소리는 들어야 하고 새겨야 한다. 좋은 의도와 분명한 계획으로 나선 길에서 기대와 어긋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더러 만나는 어려움과 부족함을 국민과 진솔하게 나누고 함께 이겨내며 극복하는 슬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필요하면 다른 생각을 듣고 겸허하게 도움을 청하는 태도도 보여야 한다.
사람 간에 일은 잘 풀릴 수도 있고 부족하여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 관계를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와 국민도 꼭 그렇지 않을까. 이념의 틀 가운데 어느 쪽에 서 있든지 당신은 끝내 국민의 편이어야 한다. 진정과 노력을 기울여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당신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정치를 국민이 바라는 것이다.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국민의 편’에서 전하고 수용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런 진심으로 달리는 정부가 혹 실수를 한다 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을까. 얼른 일어나 다시 세우고 새롭게 펼쳐가는 기개와 노력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진정으로 걱정하여 쓴소리로 격려하는 목소리에도 국민들은 오히려 찬사를 보내지 않을까. 보다 분명하고 나은 생각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섬기고 말겠다는 그 진정성을 발견하고 싶지 않을까.
일을 잘하고 못 하는 것보다 꿈을 혹시 잃었을까 걱정이 된다. 권력에 취하여 초심을 혹 잃은 것은 아닐까. 바라보아야 하는 곳이 이제는 혹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세워준 국민을 바라보고 새롭게 달리는 당신을 기대한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잘 들어 섬기는 정치를 기대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