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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Oct 12. 2022

가을에 거둘 게 없다.

멋진 시월이 약속이나 한 듯 불현듯 싸늘하다. 추수를 앞둔 들판과 함께 올해의 결실을 생각한다. 무엇을 거두었는가. 연초에 다짐하였던 생각을 얼마나 건져올렸는가. 허비한 지난 시간이 아까와 무엇인가 새롭게 쌓겠다던 우리는 이 한 해 무엇을 하였는가. 


온 백성이 고심하며 바꿔낸 정치판은 국민들에게 어떤 세상이 돌아왔는가. 나라와 민족은 앞으로 가고 있는지, 보통 사람들 삶은 나아졌는지 돌아보는 생각이 한가득이다. 가을에 되짚어 보람보다 의문만 쏟아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까.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되지 않았을까. 하루하루의 일상이 힘이 든 판에 뉴스는 전혀 다른 걱정을 전하는 게 아닌지.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높아서 어려워진 경제수치를 누구라도 적확하게 분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위기를 자아내는 북쪽 소식은 평화를 기대하는 민심과 얼마나 먼 것인지, 통일은 고사하고 대화와 협상을 이제는 잊어야 하는지. 


안에서도 밖에서도 자랑스런 나라가 되어야 할 터에, 유엔 인권이사국 선임에 실패한 경우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나라는 무엇으로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하는지, 정권은 국민의 표심에 무엇으로 답을 해야 하는지, 국민은 어느 장단에 호흡을 같이 할 것인지.


진심이 안 보인다. 문제를 지적하면 진정을 담아 그 문제를 고심해야 한다. 이전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는 말은 답이 아니다. 같은 문제가 켜켜이 반복되므로 이제는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국민에게 문제로 발견된 사안은 모든 국민에게 문제가 아닐까. 여와 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를 겨룰 일이 아니다. 


문제를 바로 보아 함께 지혜를 쏟아부어 해결에 이르는 용기와 강단을 만나고 싶다. 본질과 상관없이 말로 때우려 하거나 거짓으로 들통나는 일이 거푸 발생하면 국민은 금방 알아채 버린다. 진심이 빠지면, 금세 보인다. 


함께 넘으려는 생각이 없다. 가파른 언덕은 함께 넘어야 한다. 외교와 국방은 특히 그렇다. 국익으로만 똘똘 뭉친 상대국들 앞에 우리 안의 전선이 흩어지면 이길 수가 없다. 바깥에서 적이 닥치면 보수와 진보 가운데 누가 살아남을까. 나뉘어 이길 방법은 처음부터 없다. 하나로 모아 송곳처럼 뚫어야 한다. 


다른 생각을 모두 쏟아 좋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비난과 반대만으로 해결책은 찾아지지 않는다. 슬기로운 대안을 함께 찾겠다는 태도부터 정돈해야 한다. 날마다 다른 소리만 외치고 있으면 남들과 적들은 얼마나 좋을까. 말싸움에 이겨봤자 나라의 기둥이 흔들리면 어찌할 터인가. 


가을이 묻는다. 우리는 무엇으로 소중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약속처럼 결실로 다가오는 계절 앞에 우리는 어떤 답을 내어놓을 것인지. 우선순위를 다시 보아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진심을 회복해야 하며, 어려운 언덕을 함께 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가을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겨레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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