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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Apr 19. 2023

로컬, 글로벌, 글로컬.

세상이 변했다. 물리적 한계와 함께 지역이 고립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극동의 변방이었으며, 포항은 나라 안에서도 시골구석이었다. 상대적 박탈감도 한 몫 거들어, 나라와 지역은 세계를 향하는 글로벌을 외쳤다. 수출은 여전히 국가경제의 주축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노력은 멈출 수 없다. 인터넷과 온라인은 초연결성을 기반으로 지구를 통째로 묶어버렸다. 


큰 나라들만 판을 치던 세계질서는 어느새 급변하여 대한민국을 날로 인정하는 모양이 아닌가. 중심과 변방이 따로 없으며 수도와 지역의 구분은 사라져간다. 헐리우드와 브로드웨이만 알아주던 무대에 이제는 낯선 얼굴들이 쑥쑥 올라온다.     


21세기가 중반으로 달리면서, 또 한가닥 변화의 모양새가 눈에 뜨인다. 세계로만 달리는 태도로는 부족하다. 글로벌로만 달리면 모두 같은 모양이 되고 만다. 맥도날드가 그렇고 블루진이 그렇다. 글로벌 기준에 변화가 일어난다. 세계로 달리면서 지역의 모습을 함께 심는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함께 버무려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낸다. 


20세기에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으로 글로벌을 겨냥했다면, 21세기에는 글로벌과 로컬을 의미있게 섞는 상상과 창의가 필요하다. 글로벌마인드 뿐 아니라 글로컬마인드를 요청하고 있다. 시선은 글로벌을 향하면서 상상력의 기초는 로컬에 두는 21세기형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     

 

‘글로컬포항’이 그래서 가능하다. 지역특색을 담아 세계적 경쟁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의 상상력이 주도하는 특별한 세계화는 수도권이 시도하는 밋밋한 국제화보다 앞설 수 있다.독특한 문화적 경쟁력을 끊임없이 기대하는 시대정신과도 맞물린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만나야 한다. 


지역에는 그럴만한 소재도 다양하다. 바다가 그렇고 철강이 그렇다. 온 나라와 여러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렇고, 여성과 아이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연로하신 어른들을 바라보는 존경심이 그래야 하고 젊은 청년들의 지역 생각을 키워야 함이 또한 그렇다. 포항에만 있거나 포항에는 있어야 하는 소재와 가치들을 찾아내고 일구어서 글로벌시장과 상대해야 한다.      


글로컬 시대에는 지방에서 뿌리를 찾아 세계시장과 겨루는 상상과 창의를 키워야 한다. 교육부가 나서서 지방대학들이 글로컬가치를 살피고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일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몇 개 안 되는 대학들을 선별하여 차등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공연히 경쟁심을 유발하고 돈으로 줄을 세우는 낡은 발상이 숨어있어 우려스럽다. 글로컬의 힘은 모든 지역에 숨어있을 터이다. 한정된 재원을 나누어 사용한다 해도, 백(100) 또는 영(0) 식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건강한 글로컬리즘의 개발과 진전에 도움이 될까.     


글로컬의 세상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이미 저 앞에 서 있다. 한반도의 작은 도시 포항과 지역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이 되기 위하여 어떤 가치를 뿜어낼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시장을 직접 두드리는 포항의 미래가치에 높은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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