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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Jul 08. 2023

바보 아버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엄청 나는 요즘입니다.


내무부 토목국에서 사회 첫 발을 시작하시고 한국도로공사의 전신이었던 도로조사단과 도공의 건설사업부장을 지내시면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건설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특히 70년대 초반, 나라에 고속도로 기술이 부족할 때에 그가 지닌 나름의 토목 기술과 남다른 열정으로 열심히 지내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그런 아버지가 지금도 원망스럽다 하십니다.


본인 주도로 고속도로 입지 선정과  설계 과정에 늘 있었으면서, 그가 어디로 다녔는지 길이 어디로 나는지 한 마디도 알려주지 않으셨다는 겁니다. 실제로 구체적인 노선을 그려내는 마지막 결정 과정에 함께 했습니다.


80년대 초, 서슬이 퍼런 군사정부가 들어서 동료들이 숱하게 숙정되었을 때, 본인은 멀쩡하게 일했다는 게 자랑이셨습니다. 엄마에겐 ‘바보 아버지’의 증거였겠지요.


엄마는 ‘정말로 한 자락만’ 넌지시라도 알려주었으면 우리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겠느냐고 지금껏 한스럽답니다. 저도 한 때, 엄마의 생각에 동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삶이 때로는 퍽퍽하고 힘도 들지만, 그런 아버지가 계셨기에 이렇게 적을 수도 있겠군요.


요 몇 날은 더우기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깨끗하고 당당하게 부끄럼 한 자락 없이 살아내신 당신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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