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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Jul 26. 2023

교실은 누가 책임지는가.

젊은 선생님이 유명을 달리하였다.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압력에 못 이긴 결과로 보인다. 선생님은 누구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사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맡겨야 하는가. 학교와 가정, 사회와 국가 가운데 교육의 궁극적인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 관하여 어떻게 어느 만큼 개입할 수 있을까. 


평소에도 궁금했던 질문들이 한 선생님의 극단적인 선택 앞에 불쑥 올라온다. 교사와 부모 사이의 관계를 우리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갈등이 빚어져 회복할 수 없었다면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유사한 상황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믿고 맡겨야 한다. 교직은 성직이었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았을 만큼 높은 신뢰의 대상이었는데, 언제부터 선생님이 감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을까. 수십 년 전 학교의 모습에서 교사가 자행했던 폭력과 오만의 그늘을 기억한다. 불신과 경계가 일부 교사들의 악행에서 비롯했던 부분도 부인하기 어렵다. 


선생님들이 우선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첫 다짐을 회복해야 하고, 학부모는 젊은 선생님의 진심을 받아주어야 한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교육과 관련한 모든 결정과 진행에 학부모의 믿음을 실어야 한다. 교사와 부모가 한마음이 되어 자녀교육을 쌓아야 한다. 


교사는 을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언제나 갑과 을의 관계로 인식하려는 우리 문화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이와 성별, 직책과 소속, 업무와 직종에 따라 갑과 을을 판정한 다음, 그 비대칭적인 관계에 따라 나머지 모든 일을 진행하는 방식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필요에 따라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자신이 선택한 업무에 임하는 만큼, 누구든 전문인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비대칭의 갑을문화가 교육에 들어서 있는 한, 교육의 전문성이 살아날 방법이 없다. 


교사와 학부모가 각기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인식과 태도를 견지하고 자신있게 본연의 업무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서로를 향한 관심과 기대는 각자의 전문적인 소양을 진작시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자녀교육을 위하여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소통하고 공유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아이는 온 마을이 기른다. 선생님과 학부모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나는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이 모두 교육에 함께 한다. 교육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교육청은 교사가 교실 안에서 가르치는 일에 던지는 과도한 감독과 감시의 눈길을 거두어야 한다. 교사가 전문적이며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긍정적인 교육을 자유롭게 진행하도록 신뢰하고 격려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처음 가졌던 순수와 열정을 회복하고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캠페인이라도 벌였으면 싶다. 공교육의 근간은 학교에서 찾아야 하며, 교실은 학교 교육의 현장이다. 교실은 선생님의 가르침과 자녀들의 배움으로 가득해야 한다. 


선생님이 살아야 교육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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