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대회의 막이 오른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단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다.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을 주장으로 파리생제르맹의 이강인,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황희찬,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츠르베나즈베즈다의 황인범 등이 함께 뛴다. 실력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이 강한 팀이다.
선수들이 모든 경기를 다치지 않고 거뜬히 치러주길 기대한다. 바라기는 물론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면 한다. 아시안컵대회에서 우리는 겨우 두 번 우승했었으며 그것도 64년 전이라 한다. 오랜 숙원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우리 대표팀이 되었으면 한다. 거의 전 국민의 기대가 아닌가 싶다.
놀랍게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람이 둘 있다. 손흥민의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의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리고 손흥민의 부친 손흥정 감독. 우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까닭은 익살스럽다.호주 출신인 그는 ‘호주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준우승하라고 했다는 게 아닌가. 호주의 국가대표감독도 역임했던 그로서는 거의 당연한 주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손흥정 감독의 까닭에는 의미가 있다. 아들이 뛰는 경기에서 우승하지 말라는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우선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에 뒤진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의 축구실력을 모두 모으면 한국이 일본에게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것이다.이번에 우승하면 한국이 자만하게 되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했다. 실력뿐 아니라 경기력 향상을 위한 투자에도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한다. 우승이 선수들의 자만뿐 아니라 축구계의 타성과 게으름을 초래할 것을 경고한 표현으로 보인다.
손감독의 지적은 옳다. 실력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면 사람은 게을러진다. 그의 아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그는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선언하였다. 잘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듯, 그는 아들이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이전 어느 때보다 가장 든든한 실력을 갖추었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여 우승에 가까이 가 주길 기대한다. 마지막 한 경기까지 승리하여 우승컵을 거머쥐길 바란다. 손흥정 감독의 걱정어린 한 마디처럼 ‘이후에도 자만하지 않으며 조련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지 않는 대한민국 축구’가 되어주길 소망한다.
쓴소리는 약이다. 경기에 임하여 어느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국내 상황이 여러모로 어지럽고 복잡하지만, 시원한 경기력으로 사이다처럼 이기는 축구를 해주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친의 소망을 어기는 아들이 되어주길 바란다.
60년도 넘게 못 들어본 아시안컵을 들어올리는 건각들을 기대한다. 우승하였지만 자만하지 않는 축구계의 모습을 보여주어 대한민국 축구의 앞날도 환하게 해 밝혀주길 바란다. 오랜만에 축구로 하나가 되는 몇 날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