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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r 20. 2024

정치, 흐르는 물처럼.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사건 이후로 물은 공공재라기보다 소비재가 되었다. 공적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이 있지만 병물을 사다 마신다. 홍수가 일면 물이 무섭다가도 평소엔 아직도 가벼이 생각하는 게 또 물이다. 지구표면이 71퍼센트가 물이라거나 사람 몸무게의 70퍼센트 가량이 또 물이라면 놀랍기도 하다. 


천체물리학자들도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평가할 적에 그곳에 물이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고 한다. 물은 과연 생명의 원천쯤 되는가 싶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파괴와 문명훼손은 급기야 물을 오염하게 만든다. 산업화와 물질문명은 물길을 자연스럽게 놓아두지 못하였다. 물이 망가진 결과 그 물을 인공적으로 가공하고 다시 만들어 병물로 사다 먹는 꼴이 된 게 아닌가.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 2024)’이다. 국제연합(UN)이 제정하고 선포한 올해의 슬로건은 ‘물은 평화를 위하여(Water for Peace)’라고 한다. 물이 오염되고 부족해 지면, 나라와 공동체 간에 갈등이 생기고 분쟁이 일어난다. 기후변화가 극심하고 인구문제가 격화되면서 나라 안팎에서 물이 가장 중요한 자원임을 인식하고 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가 분명해 진다. 


공공보건, 환경보전, 식품과 에너지시스템의 안정적 관리 등에 있어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물은 이제 사용하고 확보해야 할 자원일 뿐 아니라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자각하고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은 국가 간 분쟁의 씨앗이기도 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물이 성장과 번영을 가져오기도 하고 갈등과 파괴를 초래하기도 한다.     


총선 정치로 접어들면서 물의 날을 맞는 감회가 있다. 물 흐르듯 놓아두었으면 자연스러웠을 터에 억지로 구부려 화를 맞는 미련함을 우리 정치가 피해야 한다. 곧 후보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유권자들에겐 혼돈의 시간이 찾아온다. 공약이 남발되고 확성기가 동원되면서 선심과 회유가 춤을 춘다. 물같이 흐르던 일상이 멈추고 흐트러지며, 억지춘향 악수세례와 믿지못할 약속공세가 쏟아진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뜬히 건너온 국민들을 아직도 우습게 보는 후보들에게는 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민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겪어온 날들을 차분히 평가하는 날카로움을 드러내야 한다. 헌법에 적힌 대로,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었음을 확인하는 자랑스런 총선이 되어야 한다.     


경쟁을 화합으로 이끌며 갈등을 협력으로 몰아가는 정치가 되었으면 하는데, 정치의 실상은 늘 반대로만 치닫고 있어 국민이 걱정하고 염려한다. 국민이 편안하고 민생이 안정되는 일상을 만나고 싶은데, 정쟁과 다툼만 파도치는 정치를 너무 오래 보고만 있다. 유권자의 표심이 평정한 수심으로 나타나 정치인들이 크게 각성하는 이번 총선이 되었으면 한다. 


물처럼 흐르는 정치를 만들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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