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면 예외없이 이륙과 함께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안내한다. 멀쩡하게 비행할 터이지만,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르는 위급상황을 미리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위기를 만나 급하게 대처하려면 이미 늦는다.
위기를 관리한다지만, 위기를 정작 만나면 모든 상황이 헝클어져 그 무엇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위기는 평소에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위기에 맞닥뜨려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재난의 규모나 강도가 점증하고 있어 적절한 위기관리의 필요가 심대하게 증대되었다.
화성에서 또 큰 사고가 있었다. 정부는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가동하였다. 고용부는 사고 인지 후 범부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설치하고 범정부TF를 구성한다고 한다. 중앙산업대책본부(중산본)과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지산본)을 두고 대응한다고 한다. 늘 이런 모습이다.
사고가 터져야 대책본부를 꾸리고 회의를 한다. 미리미리 해당 업계의 안전설비 규정과 사고예방 대책 등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했다면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사람들도 사고에 대비한 주변정리와 애피요령 등을 세심하게 살펴 대비했다면 아까운 인명손실은 없지도 않았을까. 우리는 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만 고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미국은 지난 2001년의 911 테러사태와 2005년 뉴올리언즈 대홍수사건을 겪으면서 전국민의 각성이 일어나, 정부 독립조직인 연방재단관리기구(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였다.
FEMA는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상황과 대비태세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재난이 일어났을 적에 대국민 경보시스템을 관리하고 재난의 형태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며 피해국민 보호와 현장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확립한다.
또한, 재난발생 이후에 회복과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닥은 재난방지를 위한 조직을 상시적으로 설치하여 발생가능한 모든 환경에 미리 예방하고 대책을 준비한다는 점이다.
발생한 위기상황에는 즉각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발생하기 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확보하여 단단하게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위기예방과 재난대비를 소관업무로 하는 정부조직을 상설화하기를 제안한다. 지진과 산불 등 자연재해와 화재와 홍수 등 안전사고, 테러와 강력범죄는 예고없이 발생한다. 발생한 즉시 대응한다고 해도 일반인이 예고없이 위기상황을 만나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각급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안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다양한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하여 상설 정부조직이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극심한 인명손상 등 안타까운 재난을 당하고 나서 안전불감증 등을 되뇌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는 재난예방대책기구를 상설화하여야 한다.
재난은 평소에 대비해야 한다.
위기는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