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가로지르며 백악관에서 활약했던 기자가 있었다. 헬렌토마스(Helen Thomas). 1961년 케네디 대통령에서부터 2010년 오바마 대통령까지 열 명의 대통령을 상대하였다.
여성 저널리스트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대통령에게 어려운 질문을 수없이 던지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켰다. 전쟁과 인권에 관하여 분명한 태도를 견지했으며, 대통령과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하였다. 여럿 대통령을 겪은 소회를 책으로 정리하였다. ‘대통령님, 들으세요.(Listen Up, Mr. President.)’
그가 지적한 대통령이 지녀야 할 덕목의 첫째 가닥은 ‘책임과 투명성’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을 향하여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며 투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두 번째는 ‘정직과 성실’.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보다 국민에게 덕이 되어야 하며, 숨김없이 정직해야 하고 한결같이 성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국민의 일상에 관하여 늘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함은 세 번째 덕목이었다.대통령의 관심이 엘리트 정치권(‘Washington bubble’)에만 갇혀서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전쟁보다 외교에 방점을 두고 갈등상황을 해결해야 함을 네 번째 덕목으로 지적하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군사적 개입보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항상 우월한 결론에 이를 수 있었음을 강조하였다.
저널리즘의 역할과 위치를 존중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 함은 다섯 번째 덕목이다. 언론과 건강하고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든든하게 지켜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언론과 통하지 않고는 실질적으로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하였다.
연속성과 역사성을 가져야 하는 대통령직을 고려할 때,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현직 수행에 참고해야 함을 여섯 번째 덕목으로 삼았다. 대통령실의 전통과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치명적인 실수를 피해갈 수 있으며 백악관의 위치를 굳건하게 세워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일곱 번째 가닥은, 대통령이 국민의 일상을 헤아리면서 국정에 임해야 하는 ‘연민과 공감’의식이었다. 사회적 경제적 이슈들에 민감해야 하며 민생에 관하여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누구보다 대통령에게는 ‘균형감각’이 중요함을 지적하면서, 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여 치우지지 않는 결정에 이르러야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저널리즘의 본진이라 불리우는 미국에서 대통령실을 50년도 넘게 드나들었던 기자 헬렌토마스가 전하는 말은 귀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 자신에게 들으라고 언급한 여덟 덕목이지만, 언론사 소속 기자들에게도 깨우치게 하는 뜻이 깊다.
저널리즘이 민주주의를 지킨다. 권력자의 행동양식을 바르게 이끌고 투명하고 정직한 임무수행을 담보하며 국민의 일상이 편안하게 안정되려면 언론이 깨어있어 대통령과 정부를 일깨워야 한다. 기자는 국민과 대통령을 잇는 건강한 다리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