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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Nov 27. 2019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요.

두 연예인을 떠나 보냈다. 젊디젊은 여성 재주꾼을 둘이나 잃고서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는가. 인터넷, 악성 댓글, 익명성.. 어느 한자락 직접 대응하기도 버거웠을 공격과 비난을 만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비참하였을까. 비겁하고 비열한 당신은 지금도 버젓이 숨쉬고 있는가. 꽃다운 딸이며 누이였을 그들의 넋을 보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깊었겠지만,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빗장 하나쯤 마련하였는가. 떠나버린 한 생명도 세상없이 슬펐을 터에, 한 달 반도 못 채워 우리는 둘씩이나 잃고 말았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지 뾰족한 대안도 방지책도 나누는 이가 없다. 목숨이 얼마나 귀한 것인데, 그냥 각자 알아서 지키라는 말인가.


유엔(UN)이 정한 ‘세계여성폭력주간(16 Days of Activism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을 지나고 있다. 열여섯 날 동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비정함과 무자비함을 살피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여러 모양의 폭력에 적극 반대하기 위한 날들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장소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행에 주목하여 각종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미투(MeToo)운동’ 등을 통하여 알려진 피해자들의 고통과 활동가들의 목소리 덕에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인류의 절반을 그 나머지 절반이 우습게 생각하고 도구화하여 비참한 결과를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인적 수치와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여, 굴욕적인 침묵으로 가라앉게 되는 일도 너무나 아픈 게 아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성자살율 1위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여성경제활동참여율도 조사대상 36개국 가운데 32위라고 하며, 성별 간 임금격차도 무려 36%나 되어 최하위라는 게 아닌가. 우리에게 여성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남성에 비해 턱없이 버거운 삶의 구비구비를 넘는다. 소설도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그러고도 폭력과 차별을 마주하여 두려움과 처절함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다면, 이는 비정함을 넘어 야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 이상 참아내지 말아야 하고 이제는 힘들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고 고발한들, 관련 폭력에 대한 처벌과 대응수준이 흡족하지도 않아 보인다. 경각심과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제도적 보완에도 함께 주목하여,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실효적으로 감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성운동가 앤더슨(G.D. Anderson)은 ‘페미니즘은 여성을 강하게 만들려는 운동이 아니다. 여성은 이미 강하다. 단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뿐이다’고 하였다. 비뚤어진 눈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이 바뀌어야 한다. 여성 스스로 당당함도 회복하여야 한다. 전통문화가 잘못 전달해 준 시선을 돌아보아야 한다.


여성과 남성이 차별과 폭력을 걷어내고, 맑고 밝은 길을 함께 다듬어 가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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