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을 보다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에 대한 경찰청장의 대국민 입장 표명에 대한칼럼을 읽고 있었다. 그 칼럼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대중과 소통하는 의사소통에 관한 것이었다. 의사소통에서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이다. 그리고 그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고, 지금은 더 나아가 '어떻게 들리는가'가 주목받는 시대라고 한다.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소통 상대가 화자가 말한 의도대로 받아들였는가가 중요해졌다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사회복지사와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복지관에서 청소년 지도 업무를 맡고 있다. 중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복지관에 오기 때문에 내 근무시간도 오후부터 야간까지이다. 중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게 참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바빠서 학생들이 한 말을 그냥 지나쳐버리면 그들은 바로 대답한다. "음, 내 말이 씹혔네 씹혔어~ 선생님이 내 말은 안 듣고 계시네"라고 말한다. 내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겐 선생님에게 말을 했는데 듣지를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말하는가
학생들과 지내다 보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날 수 있다. 내 시야에 들어오면 바로 얘기를 하여 위험한 상황이나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미리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는 예기지 못한 소란과 사고들이 생기기 일쑤다. 초창기 시절에는학생들에게 이유도 묻지 않고 상황 파악도 없이 훈육을 한답시고 단호하게 큰 소리로 안전에 대한 지시사항만을 전달했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어울리고 그들을 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때는 그것은 좋은 효과적인 훈육법이 아니었다. 우연히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지시적인 훈육을 하고 나서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나는 몰랐는데요, 언제부터 그런 게 있었나요? 저에게 얘기를 안 해주었는데요."라고 대답을 한다.
어떻게 말하는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곰곰이 더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학생들에게도 우연하게 일어나는 그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거나 미리 예방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다. 물론 복지관에서도 학생들에게 정기적인 안전교육, 생활교육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에 관한 것을 말한다. 학생들은 그러한 우연한, 돌발 상황에 하나하나 대처하는 행동 방침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지도자라는 입장만을 가지고 그들에게 왜 그런 소란스러운 또는 위험한 행동을 했냐라고 단호하게 일방적으로 야단만을 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의사소통을 '어떻게 말하는가'이다.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나, 사고에 대해 학생들에게 전달할 때에 그들에게 단호하게 큰소리로 지시나, 훈육만을 한다면 그들은 어른이라는 큰 인격체에 주입식으로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학생들 또한 하나의 중요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과 이유를 들어보고 평등하게 대화를 주고받아야 한다. 지도자가 보는 입장을 그들이 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하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도 들어보고 상황도 파악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교육을 우선순위에 두어서 학생들은 굉장히 억울해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못 해 답답해하여 선생님과 더 이상 대화하기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인격과 존엄성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어떻게 들리는가
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면 내가 지도자이고 교사라는 입장에서만 말하고 얘기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기억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은 내가 하는 말과 안전에 관한 지시사항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들리는가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표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중학생들을 그냥 미성숙한 존재로 봐서는 안된다. 그냥 어른들의 훈육을 듣기만 하는 위치가 아니라 조금 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경험을 쌓고 자란 어른들과 존중되고 존중하는,말이 통하는 의사소통을배우며 자라길 원할 것이다. 안전에 대한 위험과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지도자가 해야 할 뒷수습이나 직장에서의 훈계 등을걱정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훈육하고 지시하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고 혹시 모르는 위험 사고에 대한 예방을 위해 걱정하는지를 듣는 상대자 즉 학생에게 어떻게 들리는가를 고민하면서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