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한 달 어스라는 콘테츠를 통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 아침이 시작되었고, 나는 오늘 글을 쓸 주제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멍하게 책상에 앉아있어도 도통 글감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살아 숨 쉬고 내가 움직이는 반경과 동선에서 행복을 찾아보려고 했다.
오늘도 매일 똑같은 시간, 7시에 일어나 루틴적인 아침 시간을 시작한다. 지난주에 청송 여행에서 사 온 얼음골 꿀사과 한 개를 반씩 남편이랑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올리브 오일에 마늘, 양파, 가지, 토마토를 썰어 살짝 볶고 삶은 양배추, 블랙 올리브를 넣고 발사믹 드레싱,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주면 간단하지만 지중해 느낌 물씬 나는 전채요리가 된다. 그리고 가을이 제철인 늙은 호박을 채 쓸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부쳐낸 호박전은 단짠단짠 가을 최애품이다. 간편 찜으로 삶은 달걀 4개, 삶은 렌틸콩으로단백질 보충하고 밥솥으로 만든 수제 요구르트에 믹서기에 간 견과류, 대봉감 반 조각 그리고 가끔은 라코타 치즈를 얹은 홍시 하나를 먹으면 손색없는 디저트가 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 앞에 있는 대덕지와 진밭골로 올라가면 여기가 대구광역시 도시인지 어느 시골인지 헷갈릴 정도로 산과 밭, 못, 공원, 단풍, 국화, 맨드라미, 샐비어, 금잔화, 백일홍, 들장미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풍요롭다.
아침 산책길에 자연과 들꽃, 새소리의 황홀함에 매번 매혹당하고 온다. 그 온전한 자연 속에 나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작은 구성원임을 새삼 느끼면서 내려온다.
가을 햇살이 너무 좋아 손빨래로 걸레도 빨고 철이 지난 얇은 점퍼도 하나 빨아서 빨래걸이에 늘었다. 눈이 부시게 맑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빨래를 느는 이 찰나가 너무 눈부시다.
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해 먹고 이제 오후에 출근을 한다. 나이가 들면 이것저것 절약하고 아낄 수 있어도 한 달에 한 번 새치염색은 해야 했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이런 좋은 세상도 오더라. 머리 감으면서 염색이 아닌 발색이 되어
염색한 듯 자연스러운 갈색 모발이 나오니 미용실 가는 시간, 돈 아껴서 좋고, 염색약냄새에 머리가 찌끈했는데 뭔가 친환경적이어서 건강에도 좋은 느낌이 든다.
오늘은 아파트 전선 지중화 공사를 한단다. 여기에 살면서 처음 보고 듣는 공사다. 4시간 전기 없이 살아야 한단다. 나는 점심 먹고 나서 출근을 해서 정전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전기 없는 시간을 겪어보았다. 보통 출근하기 전 오전에
세수를 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글을 쓰고 컴퓨터를 보고 노래를 듣고 스킨, 로션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는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 일상 속에 나는 참 많은 것을 하고 있다는 걸 전기 없는 이 시간, 새삼 더 느끼게 된다. 오늘 이 하루 다시 되뇌어 본다.일상 속의 평온한 하루의 황홀함을 좀 더 멍 때리면서 매일 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