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햇살이 비치는 창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면서남편에게 오늘은 무엇을 할까?라고 물었다. 3일 전 백신을 맞아서 조금 쉬어줘야 한다고 한다. 매주 주말이면 가까운 수성못이나, 청도, 포항, 경주 또는 장거리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청송, 그 외 지역까지 당일코스나 아니면 1박, 2박으로 다녀오곤 한다. 10여 년 동안 연애만 하다가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아이 없이 남편과 둘이만 살고 있어서 주말 아침에 일정을 잡고 바로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오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아이들을 키우고 사는 다른 가정에 비해 시간들이 좀 심플하다고 해야 하나?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내 가정을 다른 가정과 단편적으로 비교하거나 단정 지을 필요는 없지만 흔히 말하는 육아의 고충이나 스트레스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편하게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 이런 여유로운 삶의 패턴도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리면 또 다른 삶의 목적을 추구하게 된다.
매일, 또는 매주 비슷하거나 똑같은 삶의 패턴으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엇을 향해 오늘도 내일도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일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을 많이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사람이 아프면 몸도 마음도 고생을 하니 건강한 삶의 질을 위해 잘 챙겨 먹고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치만 그렇게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앞으로 달려가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대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
지난주에는 포항, 청송을 거쳐 2박 3일로 아주 여유롭게 풍요롭게 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고 왔다. 매년 가을이면 자주 가는 곳이지만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풍만한 가을 색채와 운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주에 동네 주변을 지나면서 본 가을 단풍과 낙엽들도 지난주에 주왕산에서 본 것들에 비해 그리 나쁘거나 못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차라리 조금씩 변해가는 단풍들의 색깔도 매일 관찰할 수 있고, 조금 추워지면 찬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비도 감상하고 걸으면 더할 나위 없이 운치 있다.
'내 집 앞에 가을이 더 운치가 있네, 그리고 매일 자주 볼 수도 있어서 더 정감이 가네'라고 생각을 했다.
굳이 나이를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40대 정도를 살아오니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들을 보아왔다. 이제 인생을 조금은 안다고 하는 나이가 되면서도 이유도 모르고 앞으로나아가기보다는, 지금 내 눈앞에 내 옆에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고 소중히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 현재의 순간들이 합치고 모여 내 인생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지금 오늘도 시작된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순간들을 바라보고 소중히 다루고 존중하고 아름답게 가꾸면, 그 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의 아름답게 빛나는 사진첩으로 나에게 선물될 것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사진첩을 내가 받고 싶다면오늘 지금 이 순간, 그 찰나를 소중히 다루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