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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에 Nov 05. 2022

우연히 끼어든 사람

사소한 도움의 손길이 너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시길. 정답을 만들어 가시길.
내일을 꿈꾸지 마시길. 충실한 오늘이 곧 내일이니.
당신 마음속의 올바른 재판관과 상의하며 당신만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가시길.
당신이란 유기체에 대한 존중을 절대 잃지 마시길.
                                      ㅡ 박웅현

만삭인 노랑이가 어젯밤에 보이질 않았다. 매일 간식을 먹으려고 사무실 앞 차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랑이. 이틀 전 퇴근길에  준 간식을 먹고 나서도 퇴근하는 나를 또 따라왔었다. '오늘은 유달리 더 따라오네, 뭔가 더 필요한 게 있는 거 같아. 근데 간식도 충분히 주었고, 만삭인 너를 내가 어디에 데리고 갈 수도 없고, 도대체 넌 무엇을 내게 더 원하는 거지?'  혼자서 질문하고 곰곰이 더 생각해보아도 역시 답을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만삭인 너를 뒤로하고 나는 퇴근길에 올라야 했다. 그리고  매일 나타나는 네가 오늘은 보이지 않길래  '혹시 출산하러 간 것일까?'라는 정답일지도 모르는 답을 추리했다.


오늘은 주말이라 출근을 하지 않는다. 햇살 좋은 토요일 아침, 내 마음은 노랑이 너의 하루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으로 가득 찼다. 매일 회사 앞에 나타나는 너에 대해 나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고양이가 임신을 하면 몇 달만에 출산을 할까? 갓 나온 새끼들은 무엇을 먹고 이 추위에 어떻게 겨울을 견뎌낼까? 길고양이들은 사람이 주는 사료와 간식 말고는 도시에서 무엇을 먹고살까? 거리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은 과연 기생충이나 더러운 균으로부터 안전할까? 아니면 많이 위험할까? 뭔가 급하거나 자기가 필요할 때는 "야옹"소리를 내고, 평소에는 왜 "야옹"소리를 내지 않을까? 길고양이는 먹이를 주면 캣맘을 알아보고 신뢰를 한다. 그리고 매 번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나타난다. 도대체 지능이 어느 정도 될까? 등 길고양이를 관찰하면서 많은 질문과 생각이 떠오른다. 길고양이에 대한 애잔한 마음은 가득하지만 너에 대해 아는 것은 너무 부족하다. 길고양이에 대한 애잔한 관심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도 잘 몰라서 처음부터 조금씩 배우고 실천해나가려고 한다.


'우연한 끼어듦'

길을 지나가다 보면  흔하게 길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길고양이들도 동물이니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사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나도 그냥 지네들 알아서 사려니 하고 지나쳐 가면 된다. 그렇지만 내 마음엔 너무 애잔하게 들어와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사람들의 편의 위주로 연출된 이 도시 생활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겐 물과 음식, 따뜻한 보금자리, 사람들의 친절함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조금 더 배우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실현해나가는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나의 이 '우연한 끼어듦'이 그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조금만 더 그들의 삶에 귀 기울이려고 한다. 그들도 우리의 손길과 사랑을 필요로 하고 나도 그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양이와 시선을 마주치기만 해도
 우리 별 볼일 없는 인간들을 향한
고양이 눈 속의 반짝임이 지니는
깊은 신비를 헤아리기에 충분하다.
      ㅡ자크 로랑 1919~2000, 프랑스 언론인이자 소설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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