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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에 Nov 16. 2022

그녀는 골든 그레이

내가 본 최고 실버 패셔니스타

어머나~그녀가 오늘 또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 컬러풀하게~ 상큼 새콤 핑크, 벚꽃색, 분홍색, 진분홍색, 빨간색, 솔잎 색, 은회색, 검은색 등으로 믹스한 컬러로 멋지게 차려입은 그녀를 다시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4년 전에 우연히 그녀를 만난 기억이 난다. 버스에 올라탄 그녀가 너무 눈부시고 고혹적이어서 시선이 절로 가게 되었다. 그녀에게서 너무 매혹적인 빛이 나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화이트 레이스 펀칭 플리츠 원피스를 단아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더욱 나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모자였다.   손뜨개  모자는 여성스러운 화이트 원피스에 정말 유니크하게 포인트 되어 더욱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기본 그레이 바탕에  분홍, 진분홍, 청록, 주황으로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리고 한 땀 한 땀으로 손뜨개를 하고 꽈배기 모양으로  비틀어 독특함을 낸 테두리, 즉  모자챙은 유니크함과 정성을 더욱 돋보이도록 했다. 그녀는 화이트 진주 귀걸이에,  진주 목걸이, 그리고 투명한 피부에 생동감 넘치는 비비드 오렌지 립스틱을 발랐다.


 그녀의 나이를 가늠할 순 없지만  60대 아니면 70대~80대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이라는 숫자에 분류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치만 어르신이고 노인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운이 좋게도

버스 안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좀 멋쩍고 어떻게 보면 이상해 보일수 있지만 그녀에게 내가 느낀 감탄을 속으로만 삼킬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그 감정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저기요~~ 할머니, 오늘 옷을 너무 아름답게 입으셨어요. 버스에 타고 올라오시는데 자꾸 시선이 가게 너무 빛나세요"라고 처음 본 사람에게, 처음 본 사람이   말을 걸었다. 나는 그녀가 혹시라도 당황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멋쩍어했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주었다. "내가 좀 사람들한테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옷을 잘 입는다고 사람들이 많이 얘기해요. 사람들이 나랑 사진도 찍자고 많이 얘기해요."

그리고 내가 대답을 했다."맞아요. 진짜 그런 소리 많이 들으실 것 같아요.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같이 사진 하나 찍어도 될까요? 정말 실버 모델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을 했다. 그녀는 흔쾌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때 나에게 저장된 그녀를 오늘 또 우연히 지상철 안에서 마주친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 지난 4년 전의  일화에 대해 다시 서로 기억을 되살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도 여유로운 온화한 미소와 대화로 나를 반겨주었다. 묻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나이를 얘기해주었다."올해 88이에요. 조금 귀가 잘 안 들리지만 아픈데 하나 없이 아주 건강해요."

나는 그녀에게 약속 없는 약속을 얘기했다.

" 다음에 또 우연히 만나면 진짜 커피 한잔 해요."

정말 아무런 목적, 사심 없이 나에게 빛이 났던 그녀와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나무와 꽃이 잘 가꾸어진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싶다. 그 장면이 찰나의 순간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그녀를 본 후 그때의 설레는 감정은 정말 빛나는 실버 패셔니스타를 본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더 명확한 이유는 '나도 저 나이가 되었을 때도 내 아우라에서 저렇게 매혹적이고 우아한 감각으로 나만의 색깔과 나만의 느낌으로 빛이 나고 싶다'라는 것이 은연중에 포함된 바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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