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시집_상실의 시간_5. 노략질

쉽게 뱉은 말에 대하여

by oh오마주



노략질


착하거나 친절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

매끈한 피부 작은 눈 오똑한 코 큰 입

쉽게 친해지려 선뜻 작은 보물을 내놓고

듣기 좋은 말도 큼지막한 미소와 준다

어디까지나 남에게만


노략질,

나는 그렇게 불렀다


작은 눈이 내뿜는 통제선은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가성비와 가심비를 고루 겸비한 희망 관계

긴 글에 짧은 답

짧은 글에 긴 답

부탁이라는 대단한 포장

선망하고 옹호하는 자기애


손을 뻗어 닿는 울타리는

태양에 생긴 그을림

더위에 녹은 얼음

검은 옷에 얼룩진 소금 땀자국


몰랐다고 하면 끝이라기에

마음속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안 돼요 싫어요 소리쳤다


눈앞에 트럭이 멈추고

에어컨 기사가 마실물을 자기 얼굴에 부었다

고장 난 시간 동안 고치려면

마시는 것보다 그게 더 빠르다고 했다

땀에 젖으나 물에 젖으나

안 할 수 없으니, 그리고 빵긋


착한 거나 친절한 거나

본성이 아니어도 살아진다

노력하고 연습하면 나아진다


나는 노략질 대신 노력질

남에게만 아니고 나에게만


매 우 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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