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 시집_상실의 시간_ 6. 스미레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읽으며

by oh오마주


제비꽃이 없어서 봉선화로 대신하는 사진


스미레


이야기 속 대화와 생각

기호와 상징

드러난 것들에 잠이 쏟아졌다


분명 재미있으나 어지러웠다

어지러웠던 뿐이었으나 책을 덮고

그대로 배를 덮었다

회오리와 같은 낮잠이었다

가위에 눌린 저린 발에 눈을 떴다


시간이 많으니 책을 읽어도 좋아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해요

글을 쓸 수 없는 건 금연 때문이에요


제비꽃과 같은 연분홍 반복


기억나지도 않는 텁텁한 꿈을 털고 일어나

남편을 바라봤다

말 걸기와 동시에 포도 먹기

각자의 취향대로 켐벨과 거봉을 먹었다

왕들의 전쟁게임을 하고 있었고

나는 엉덩이를 붙여 추임새를 놓고 있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더 꿈같아서

석 달 동안 꼿꼿하게 서 있던 묵직한 날들에

경의를 표했다


남편은 내가 어제 한 말을 잘 수확해서

오후 일 나가기 직전에 말했다

이게 오로지 내게서 나왔다는 말만 빼고

자신이 자신을 위해 자신답게 말했다


내가 *스미레인지 당신이 스미레인지

우리 모두가 스미레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게으를 수 있는 날들은

오직 당신에게서만 받았구나

일하러 나가는 남편에게 손키스 부적을 날렸다


내가 상실한 것은 무엇일까

무능과 무심과 무성에 대하여


몇 없는 이런 날

전쟁 후 평화협정 같다

상호 우호적 동맹 관계 비슷하다

숨 쉬는 동안 자주 깨지는 약속이긴 하지만.




*스미레 : 일본어로 제비꽃,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주인공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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