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열 알
열 알 정도면 충분해
가위로 밑동을 톡 잘랐다
굵은 물줄기로 씻고
또 씻고
탈탈 털어 투명한 그릇에 담았다
씻으면서도
알을 뜯으면서도
입으로 넣으면서도 생각했다
더 씻지 않아도 될까
알을 물고 짧게 빨아 당기고
알맹이와 껍질이 분리되었다
이빨과 혀를 바쁘게 움직이고
알맹이와 씨가 분리되었다
번거로움도 잊힐 단 맛
열 알의 짧은 행복이 아쉬워
검은 탄산을 들이켰다
후다닥 먹고 난 부유물이
그 옆 음료를 마시고 남은 컵의 얼음들이
민망한 마음 같았다
원래 각자가 살고 있었을 텐데
손에서 놓치면 사라질 액체처럼
말하지 못한 시간을 꼭 쥐고 있었다
제자리가 있을지 모른다고 당황하고 두리번대고 있었다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서
우리들의 상실로 묶어서 내어 놓는다
잃지 않아도
찾지 않아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테니
쉬엄쉬엄 사람을 겪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