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미안해야 할까
꽃도 아닌 것이 붉게 무럭무럭 자란다
담쟁이처럼 뻗어나가면서
맥문동처럼 멍든 불순한 마음
꽃잎은 조각나있고 잎들은 둥글기도 빼빼하기도 하다
불규칙의 규칙성
그게 나를 찌르는 가시였다
마흔에 삼십 년을 더 되돌아봐도 미안한 일이었다
선의는 언제나 일방적이다
햇살도 못 본 하얀 피부
왼발이 제대로 못 디디면 오른발은 깊게 걸어야 했고
웃고 있는 입에서도 침은 흘렀다
어리고 약한 순간들이었다
그 친구와 나는 1여 년을 붙어 다녔다
어른들이 해주는 착하다는 말이 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어린 영혼이 버텼을 리 없다
그 아이는 무슨 뜻인지 알았을까
저도 정상적인 아이랑 짝 하고 싶어요
우리 중학교 때만 해도 짧은 단발이었다
그 언니에게 저주를 퍼부운건 내 잘못이었다
성당에 모여 레지오를 할 때 엄마가 대신 왔다
우리 엄마, 밖에서 보면 더 반가웠다
엄마의 기도문은 리듬을 갖고 있었다
예쁜 친구의 예쁜 엄마가 아니라
평범한 나의 평범한 내 엄마였다
시시덕거리는 꼴이 미웠다
싸우려고 들이대는 나를 말리는 엄마가 더 미웠다
대학도 못 가보고 죽어라, 저주했다
자궁암이라는 게 그렇게 아픈 건지도 모르고
장례식장이 그렇게 슬픈 건지도 모르고
나는 새 샌들을 신고 갔었다
우는 이들의 눈물을 모두 닦아내도 한 방울도 없었다
몰랐다고 하고 싶지 않다
어려도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으로 할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그렇다
순도를 지키려는 대단함 같다
좋아하는 마음도 싫어하는 마음도
단단하여 바뀌지 않을 그저 투박함이다
어차피 사과 못한다고 시로 내뱉아도
지금 사는 세상을 별거 아닌 걸로 만드는 기적은 없었다
남편이 장을 자주 보고 가격을 기억해야 살림을 잘한다는 말이
살림하기 위해 결혼생활하는 것만 같아서
어린 마음에 남들 있는 거 갖고 싶은 마음일 뿐일 텐데
이거 사려면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아냐고
체크무늬 신발을 밟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나는 내가
사람을 진심으로 미워할 자세를 취하는 게
타인 같을 때가 있다
조금 봐주고 사람답게 이해해 줘도 되지 않냐고
아무리 타일러도 눈이 뜨거워졌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전부 갖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이라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내 값을 할지도, 하면서
가시를 움켜쥐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