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 시집_상실의 시간_ 10. 재생(在牲)

내 땀과 바꾼 너의 맛집

by oh오마주


재생(在牲)


비가 계절 준비한다

비의 집에 있던 물건들이 쏟아진다

구름 위 물건을 하늘 아래로 꺼내어 정리한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아름다운 물질


비가 내는 소리는 산미 있는 아이스커피

얇은 옷을 걸쳐 입고 두 손에 잡는다

어제를 뒤로 되감으며 재생단추를 누른다


낮잠 자는 집고양이처럼 불 끄고 늘어져있기

저녁은 먹다 남은 떡볶이와 맥주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기

농밀한 땀으로 퇴근


조금 더 역재생하면 나오는 애증의 시간


떼어내지 못한 순간에 대하여 생각한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하고

머리 곳곳을 쑤시는 생각들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꽤 먼 시간을 다녀온 것 같은데

앞으로도 긴 시간을 가야 하는 막막함


숫자가 의미를 가지면 치사해진다

얼굴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잃어버린 숫자들

숫자로 된 모든 것들


다 자라도 없을 수 있는 하나가 있다

밥풀 하나까지 긁어내어 주어도

더 필요하다 말하는 눈빛 그리고 손길


가만히 있으면 하나를 내어줘야 하고

부탁하면 둘을 달라하고

웃어주면 셋을 가져가고

미안한 마음을 비추기라도 하면 홀랑 뺏겨버리는 것이다


움켜쥐고 꺼내는 모습에서 잠시 멈춤

없어서 그렇다고

필요해서 그랬다고


한 번이면 충분한 일들을 계속 겪게 될 때

생각과 마음을 재생(財牲) 해 본다

긁은 자리를 다시 긁어본다

나쁜 일에 또 나쁜 일, 또 나쁜 일

그러면 아주 멀리 묻히는 일이라서

언제까지고 재생(在生)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 10화조간 시집_상실의 시간_ 9. 아줌마 이모 노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