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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지옥 ep3. 피해 없음 혹은 기꺼이 다가감

미안하다는 말, 몰랐다는 말

by oh오마주

나의 마음은 오늘도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속도 단속 카메라를 묘하게 피하며, 잘 달린 나를 칭찬한다. 그런 나를 막는 저속의 차 한 대, 안전거리를 만들려 속도를 줄이는 상황이 생겼다. 한 번은 말해야지, 하면서 메신저에서 장문의 글을 쓰다가 지우기를 다섯 번째쯤이었다. 이 사람은 무엇을 태우고 싶은 것일까? 혹시 분신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자칭 '부드럽고 따뜻한 외곬'이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불편하게 접목된 오류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목적지는 세계의 끝, 오직 달리는 것만이 목표인 것처럼 살아간다.


'때(時)'에 집착한다.

모두에게 때가 있다. 아이들은 한참 놀 때, 학생들은 공부할 때, 과년한 남녀들은 결혼할 때, 연수가 찬 부부들은 아이를 가질 때, 아이들이 학업에만 열중하도록 쉴 새 없이 벌어야 할 때. 그런 모든 때를 위해 쥐어짜듯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지구상에서는 나의 집착은 일종의 이기심으로 표현된다.


내 마음에 불쑥 들어와 생활도로처럼 달리는 사람이 가끔 있다. 혹은 내가 생활도로로 우연히 진입하게 된다.

갓길에서는 반갑다가도, 컨베이어 벨트처럼 휠이 보이지 않도록 달려야 할 때는 '안전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답답함에 우울해지곤 한다.


그리고 생각의 지옥문이 열린다.

“피해 없음 혹은 기꺼이 다가감”


인간 사이에도 경계가 있음을 마음대로 정한다. 살아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욕망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진다. 지금의 '때'를 놓치면 망한 인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든다. 사이사이 호감을 품은 채로 미묘하게 진동한다.


화가 깊게 울린다.


누군가가 가까이 오는 순간의 공기, '습기'에 가까운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런 지옥의 얼굴은 화단의 화초나 화분의 선인장처럼 아름다움보다는 존재에 대해 묻게 된다. 뽑게 되면, 모른 척하게 되면, 가꾸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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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토리 중독자 oh오마주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독후감을 쓰고,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 글들은 제 눈으로 보는 작고 소중한, 아름다운 모든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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