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 나종련, 27세. 이제는 나주연이다. 톰과는 사랑이었을까? 소설책처럼 감정을 박제하기로 한다. 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 사랑을 절대 부정하며 가슴에 묻어두는 것이 낫다. 현실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돌아와 취업이 확정된 날, 구남;준희에게 카톡이 온다. ‘우리 이야기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함께 했다는 사실이 있었기에 고마웠다고, 서로를 위해 우리가 끝맺음을 잘해야 다른 사람과 시작할 수 있다고. "그러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요."
에필로그.
인사 없이 글을 마치고 싶었다.
그래도 하트를 받았으니, 하트를 보내는 심정으로 큰절을..
이 소설은 2019년부터 쓴 것으로, 각본의 트리트먼트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쓰면서 편한 형태로 쓴 글이라, 편협한 생각들이 난무하지만, 랩이나 타령을 시원하게 한판 들은 느낌으로 써 내려갔다. 일단 뱉었으니, 시원하다.
종련이의 인생은 내 인생과 닮았다. 2009년, 우리들의 방황하던 시대는 그랬다. 대학을 어디 나왔는지도 중요했지만, 어느 나라를 갔다 왔고, 어디서 인턴을 해봤는지가 중요했다. 월급쟁이로 살기 위해 증명해야 하는 것들은 무자본으로 불가능한 창업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도 별반 다를까? 어려운 시대이고, 없이 취업하는 것은 비슷하다. 외모도 없고, 스펙도 없고, 증명되는 것도 없다. 박봉이라도 생활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졸업반부터 2년을 꼬박 일한 돈을 탈탈 털어 영국으로 향했다. 3개월을 정말 열심히 살았다. 노는 것에 절대 빠지지 않았다. 공부는 밤샘, 술 먹어도 공부, '어차피 안 되는 취업'이라고 인생에 집중했다. 참 잘했다.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생활 속에 영어가 묻어났다. 그렇다고 영국인이 아니었다. 토익천재도 될 순 없었다. 아이엘츠도 마찬가지.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취업을 위해 태어난 듯, '본투비 사무직'이 되기 위해 수많은 경험을 해야 했다. 그리고 오히려 어학연수를 갔다 오고 '왜 갔냐'는 의문제기에 취업이 꼬꾸라지기 일쑤였다. 작은 기업은 '과하다'라고 했고, 큰 기업은 '모자라다'라고 했다.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무례한 사장들은 반성해야 한다. '개인사에 무례한 사장이 이끄는 회사는 쳐다도 보지 말라.'라고 소문내고 다닐 거니까.
운 좋게도 내가 다닌 회사는 전부 참을성을 가르쳐줬다. 심지어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편인데, (네, 저 말입니다.) 일하면서 친절하게 웃고 싶지 않았다. 착하고 자상하게 굴면 어김없이 '커피 심부름'을 시켜댔다. 업무랑 상관없어도 웃어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마구잡이로 일을 시켰다. 같은 직급에도 '남자'와 다른 일을 시키고, '여자'라 그렇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데, 아니꼬웠다. 그렇게 커피의 굴레에서 벗어나, 여자들만 있는 회사를 갔을 때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냥 말 그대로 '엄청났다.'
이름을 살짝 바꿨지만, 뒤에서 '은근히 괴롭히던 그 상사'는 실제다. 앞에서도 대놓고 '알아먹으라고' 하는 말들을 모른척했다. 취업이 힘들었으므로, 견뎌보려 했다. 미워하는 것은 그 사람 몫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렇다고 쫓아내겠어?
아니었다. "둘 중 하나가 나갈 때까지!"라고 못 박았다.
결국 내가 나가떨어졌다. 그 사람도 곧 나가떨어졌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잘 먹고 잘 산다. 선악은 죽을 때 나눠지나 보다. 덕분에 탈모로 몇 달을 고생했다. 집에서 몰래 캔맥주를 마시고 침대밑에 쑤셔 넣었다가 엄마한테 들켰을 때는, 맥주캔에 코를 박고 싶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그럴지도 모른다. 배반의 장미라는 말도 있다.
전 남자 친구의 설정들은 가짜다. 그 남자라면, 주연이가 된 종련이에게 다시 연락 왔을 것이다. 어떻게 아는지 궁금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궁금해줘라. 나의 구남이는 영국 간 3개월을 못 참고, 연락이 끊겼다. 미래가 없어서 그랬는지, 다른 여자가 생겼는지 알 수 없다. 미련이 원수였다. 연락되지 않는 그에게 메일로 나도 이제 잘 살 테니, 잘살라고 연락했었다. 다시 연락이 오고, 다시 만났다. 그리고 똑같이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 생겼으니 연락하지 말라, 하고 끊었다. 나쁘다는 거 안다. 그래도 속이 다 시원했다. 털어낼 필요가 있었다. 미련 없이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나쁜 남자는 매력 있다. '야밤의 라면'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연애든 결혼이든 경험상 '최악'이다. 생각보다 귀엽고 착하면서 재밌는 남자들이 많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숨은 그림 찾기 수준이다. 원래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살짝 모자란다. 눈빛 하나만 마음에 들면 되는 거다. 결혼 10년 차인 지금도 그 진실은 변함없다.
매일 그리운 그 브라이튼, 그리운 감정을 글로 푸는 방법밖에 없었다.
노트북을 깨작거리며, 바닷바람을 기억해 냈다. 그곳에서 연애를 안 해본 게 살짝 후회가 되긴 했다. 전 남자 친구가 짧게라도 여행을 왔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또 아름답게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10년이 넘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이리 매만지고 저리 매만지고, 아직 감상에 젖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반이상 맞다. 거의 정답이다.
신혼여행이나 관광이 아닌, 꿈과 같았던, '나를 찾는 여행'이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아주 보통'으로 살아간다. 심지어 여전히 나를 찾는 중이다.
또 그리워지는 날에는 다른 형태로 브라이튼을 기억해 낼지도 모른다.
20여 하트를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오그라드는 손발을 부여잡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에는 두꺼운 소설 벽돌책을 가지고 아침 독서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
김밥 꼬다리 같은 2023년 불편한 것들은 31일에 남기고, 정품 같은 2024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