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반려견과 반려묘의 사랑을 둘 다 배운 멋진 사람이다

사랑은 털복숭이들에게 배우세요

by 오와우


내 핸드폰 뒷면에는 금동이와 럭키 증명사진이 들어가 있다. 이걸 유심히 본 사람들은 묻는다.

금동이와 럭키의 증명사진. 잘 나온 정면 사진을 보내면 이렇게 증명사진처럼 만들어주는 데가 있다. 초깜찍하기 때문에 멍냥이 집사 모두들 한 장쯤 소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강아지 고양이 키우세요?”


그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제일 너그럽고 부끄러운 표정을 하게 되면서 대답한다. “12살 된 흰색 말티푸 추정 반려견과 3살 치즈냥 반려묘가 있어요.”

본가에서 나오게 되면서 현재는 자주 보러 가는 정도가 되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매일 함께 하기에 우선 이렇게 답한다.


나에게 금동이, 럭키에 대해 묻다니... 하루 종일 어린 자녀 얘기만 해도 모자란 아기 엄마들처럼 나도 하루 종일 강아지 고양이의 매력에 대해 널리 떠들고 싶지만, 우선 미소를 머금고 꾹 참는다. 이 사랑에 대한 찬사는 아무래도 함께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저 개 고양이와 사는 것에 불과한 내용이어서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 것이란 걸 대강 알기 때문이다. 물론 반려견 주인과 반려묘 집사들과 만난다면 서로의 멍냥이의 특징, 걱정, 매력에 대해 절친처럼 얘기를 나누게 되지만.


강아지 고양이를 함께 키운다고 하면(키운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진 않지만 대체로 많이 쓰는 표현이라 써본다), 자주 이어지는 질문으로는 다음 질문이 있다.


“강아지랑 고양이랑 싸우진 않아요?

둘 다 키우면 어때요?”

운이 좋은 날엔 이렇게 둘 다 귀엽게 나온 사진을 건진다. 23.04.20.


이런 질문을 들으면 현실 남매가 떠오른다. 둘이 서로 걱정하면서도 약 올리고 짜증내기도 하는 그런 장면들. 사실 동물에게 9살 차이는 굉장히 크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나이 많고 식탐 많은 삼촌과 앙칼진 사춘기 여자아이의 느낌... 보다도 더 큰 나이차이다. 50살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9살 금동이가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몇 개월차 럭키를 흔쾌히 받아준 덕분에, 금동이와 럭키는 서로 은근히 걱정하고 챙기면서도 왈왈, 웨아아아아오옹 - 사랑 쟁탈전을 매일 해대는 남매 같은 모습이 되었다.


둘 다 키우면 어떠냐는 물음에는 강아지, 고양이에게 각각 다른 사랑을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금동이에게서는 누가 뭐래도 반겨주는 무한한 충성심과 조금 별로인 나라도 다 용서해 주는 마음의 사랑. 럭키에게서는 늘 제멋대로인 듯 새초롬한 대상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어찌 보면 바보 같지만 그래도 뭐 어때하며 주는 사랑을 배웠다.


둘 다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이 혼합되어 있지만, 금동이에게서는 받는 사랑이 더 큰 것 같고 럭키에게서는 주는 사랑이 더 큰 것 같다. 물론 금동이와 럭키의 입장을 들어본 건 아니다. 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아주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웃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저렇게 느끼고 있어서 나이 들어가는 금동이를 보면 심장의 한 부분이 아리면서 애틋하고, 럭키를 보면 심장의 한 부분이 짝사랑을 하듯 콩콩 설렌다.


늦은 밤, 술 냄새를 풍기며 문을 겨우 열고 들어갈 때도 문 열리는 소리만 나면 그게 몇 시라도 졸린 눈을 하고 꼬리를 붕붕 흔들고 타닥타닥 발톱 소리를 내면서 뛰쳐나오는 이 작고 말랑말랑 배 나온 강아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양치시키려는 낌새만 보이면 냅다 침대 밑에 숨어서 저 인간, 저럴 줄 알았다고 몇 시간을 의심하는 럭키가, 내가 건조기 옆에서 빨래를 개며 억울함과 지친 의미의 눈물을 혼자 줄줄 흘리고 있을 때 조용히 들어와 나도 모르게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런 치즈색 고양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나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사랑을 모두 배웠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 자랑스러움만큼 내가 잘 해주고 있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미안해서 혼자 눈물을 찔끔거릴 때도 여전히 금동이와 럭키를 떠올리면 마음이 몽글해서 고맙다.

참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사랑이다.


장난감이 왔다면 탐색은 필수다. 몇 초간 니거냐 내거냐 기싸움도 필수. 23.06.22.


아직 집에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은 치즈냥을 받아주면서도 영원히 견제하는 말티즈 아재멍멍이! 22.06.11.


금동이와 럭키가 엉덩이를 맞대고 자는 장면은 아주 귀하다. 놓치지 않고 찰칵. 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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