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네모나다면 그 어떤 것도 섬으로 만들지
고양이가 박스를 좋아한다는 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싼 돈 주고 산 캣타워나 사료보다 그것을 배송하기 위한 껍데기에 관심이 많은 고양이들이다. 캣타워니 뭐니, 뭐가 얼만지는 도무지 상관이 없다. 그들에겐 오로지 이곳이 섬 같은가?가 중요한가 보다.
고양이 집사라면 캣타워를 조립하려고 하거나 사료를 정리하다가 ‘고양이 어디 갔지’ 하고 문득 둘러보면 박스 안에 쏙 들어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눈과 마주친 적이 많을 것이다. ‘뭐 해?’와 ‘뭘 봐’ 사이의 눈빛. 그리고 여기 꽤 괜찮다는 듯 가만 앉아서 관찰하는 모습. 그 뻔뻔함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고양이는 자기 몸만 한 공간을 왜 그리 좋아할까? 고양이의 마음을 정확히 알리 없는 인간은 그저 귀여워!하며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를 찍어댈 뿐이다.
하루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정신없이 할 일을 시작하면서 노트북 파우치 케이스를 둘 곳이 없어 뒤에 있는 침대에 휙 던져버렸다. 원래 책상에 앉아 집중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툭툭 장난치는 럭키가 오늘따라 얌전하네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노트북 케이스를 다시 가져오려고 침대를 훅 본 순간... 풉-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노트북 케이스를 푹신한 쿠션 삼아 아주 조용히도 올라가 있는 모습은 아주 귀여운 형태의 ‘생각하는 사람’을 모습과 비슷했다. 이런 장면에서의 고양이의 킥은 아주 진지한 표정이다. 본인이 왜 웃긴지 모르는 웃수저와 같이 타고난 재능으로 사람을 웃긴다.
박스 섬, 노트북 케이스 섬, 네모나게 갠 이불 섬...
고작 나에게는 금방 쓰레기가 되거나 실용적인 물건일 뿐인 것들을 고양이들은 재밌게도 갖고 논다. 숨기도 하고 긁기도 하고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눈만 가려지면 숨어지는 줄 알고 숨었다가 튀어나오는 사냥 놀이를 하기도 한다.
고양이가 순식간에 알려주는 사물 사용법의 전환과 자유로운 행동들은 보고만 있어도 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