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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와우 Apr 15. 2022

나는야 행운의 고양이!

초보 집사와 아기 치즈고양이의 만남

러키 이모 촬영. 아기 고양이 럭키 미술관에 거주하던 시절

치즈색 아기 고양이 입양할 사람? 

    

작년 여름, 친구가 카톡으로 “혹시 누구 고양이 입양할 사람 없어?” 물었다.      


어찌 된 일인가 물어보니 한 아기 고양이가 미술관 직원 차 본네트(보닛) 안에 실려서 미술관까지 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어미도 없고 잠시 미술관 직원들이 봐주고는 있다고, 근데 곧 장마도 시작되고 입양가지 않으면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사진과 영상을 전해받으니 눈이 아주 예쁜 아기 치즈 고양이였다. 아이고, 어떻게 한담. 우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아기 고양이가 먹는 습식 사료를 사보냈다. 그리고 나도 주변에 혹시 아기고양이 입양할 사람 있냐고 물어보았다. 입양을 하면 앞으로 약 20년 동안은 돌볼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나 또한 입양의 무게감을 알고 있었다. 여기저기 알리면서도 나는 내심 계속 ‘혹시 내가 고양이를 키운다면?’ 생각했던 것 같다.     


며칠 주변에 알렸지만 선뜻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나 또한 비슷한 마음이었으니 이해가 갔다. 그러면서도 나는 날씨 어플을 보면서 곧 ‘장마인데... 장마인데...’ 하면서 비를 몰아오고 있는 여름 구름을 원망했다. 며칠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언젠가 길 잃은 고양이를 입양해서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내야지.’ 그동안 이런 생각은 많이 했지만, 당장 며칠 앞의 일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깊은 고민 끝에 나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해?” 당분간은 나의 본가에서 키우겠지만, 앞으로 함께 키울 동반자가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면 곤란한 일이었다. 남자친구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듣고는 곤란한 표정으로 “난 고양이가 무섭긴 해... 고양이를 잘 모르지만 말이야” 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바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남자친구는 작은 강아지도 무서워해서 강아지가 다가오면 멀리 피해가는 사람이었지만, 우리 집 강아지를 만나고 나서는 모든 강아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집 강아지만큼은 무서워하지 않고 큰 사랑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우리 집 강아지도 나의 애인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참 좋아했다.    

 

어쨌든, 그럼 고양이 알러지가 있냐고 물었다. 예전에 잠시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살던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는데, 그때 별 증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양이 똥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받았던 충격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오, 나는 속으로 yes! 환호성을 질렀다.



인형처럼 자고 있는 아기 럭키

내가 집사가 되다니


장마 시작 직전에 친구에게 “우리 집으로 데려와” 카톡 하나와 구조용 캐리어를 구매해서 보냈다. 친구는 왠지 네가 데려갈 것 같았다며 그날 바로 간식으로 유인해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한 뒤 차를 타고 우리 집으로 왔다. 그날이 2021년 7월 7일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지 2개월 반된 치즈태비 아기 고양이는 럭키(Lucky, 애칭 러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네가 장흥에서 시집 온 아가니”하며 은근히 반겨주었고, 우리 아빠는 소식을 듣고는 “뭐어야?”하고 화장실에 숨어있는 러키를 찾아 무서워하지 말라고 덕담을 해줬다고 한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초보 집사인 나는 아기 고양이가 낯설기도, 너무 귀엽기도 했다. 그리고 이름답게 행운을 몰고 오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배에 올라가서 자는 걸 좋아했던 아기 럭키

고양이가 무섭다던 내 남자친구는 처음에는 무서워하더니, 지금은 러키 아빠가 되어 자주는 못 보더라도 볼 때마다 서로 잘 지내고 있다. (우리집 예비 사위로 불리는 남자친구는 종종 우리 집에서 숙박을 하는데, 러키는 처음 본 내 남자친구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뻔뻔하게(?) 자고 있는 남자친구 배나 베개 위에 올라가서 골골대며 잤다. 너 뭐야! 러키!) 자기 아빠인 걸 아는 것인지 보통 자주 못 보던 사람이 오면 침대 밑으로 휙 숨어버리는데, 내 남자친구는 오면 다리에 쿵쿵 머리를 박고 손까지 내준다.     


러키를 구조해준 이모는 거의 매일 럭키 소식을 듣고 있고, 와랄랄라 하고 싶다며 이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러키는 알 거다. 처음에는 이모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가는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결국 다 애정이 담긴 무서움(?)이었다는 것을!     


이렇게 럭키는 하루하루 웃음과 행복을 주는 행운의 상징이 되어 우리 집을 멋지게 활보하는 1살 냥이 되었다.


눈이 참 예쁜 러키의 미모


9살 말티즈 오빠랑 함께 자는 럭키


우리 집 대장 아빠랑 노는(?) 러키



* 러키의 더 많은 소식과 사진, 짧은 만화는

인스타그램 luckylife_0707 에 올리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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