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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pr 01. 2024

아들이 걱정된다. (머피의 법칙 Day)

엄마인 나만 걱정인가 보다. 자기 살 걱정만 하는 남의 편이 밉다.


"내가 아빠랑 안 산다고 하면 그만인 거잖아!"


가슴이 먹먹했다. 어린 아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런 말을 입에서 내뱉는지, 아들의 마음이 걱정이 된다. 아들을 안아 주고 안아 주면서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일요일이었다. 남이 편이 집콕을 할까봐 걱정했는데 봄이라 박람회가 시작 된 거다. 주말마다 출근하듯이 외출을 했다.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아들과 교회에 나가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 카페에서 무료 커피 1잔을 마실수 있는 쿠폰이 있었는데 카페가 일요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고 했다. 카페가 운영을 안하게 됨 그 무료 쿠폰 한 장이 그냥 날아가게 돼 버린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무료 커피 한 잔도 너무 간절해서, 그 무료 커피 1잔을 마시려고 아들과 집  바로 건너편에 있는 백화점으로 갔다.


아들은 집에 가서 냉장고에 있는 음료를 마시겠다고 해 나 혼자 커피 한 잔을 시켜서 마셨다. 그 카페엔 아들이 좋아하는 음료가 메뉴에 없기도 했다.

그런데  커피를 겨우 반쯤 마셨을까, 아들이 가져온 탭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가 탭을 손에서 놓쳤다. 탭은 쓰러지며 커피가 담긴 컵을 건드렸다. 내 옷 한쪽이 완전히 젖어서 털실 재질로 된 가운 끝에서는 커피 물이 뚝뚝 떨어졌다.

무료 쿠폰을 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마시러 왔는데,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와 아들은 카운터 직원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물티슈를 얻어 테이블을 닦고 카페를 나왔다.

집으로 바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세탁기에 바로 넣고 돌렸다. 그래도 커피의 반은 마시고 와서 다행이었다.



그런 뒤 자주 같이 다니는 아들의 친구네 두 집과 동네 체육관에서 만나기로 돼 있었다. 나는 기름값도 아낄 겸 걸어 가고 싶었으나 아들은 아침에도 교회에 걸어 갔는데 차 안갖고 간다고 토라졌다. 내가 걸어갈 거고 차 안 갖고 간다고 하니 그럼 안가겠다며 거실 바닥에 앉아 눈물을 보였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하는 아들인데, 나는 마음이 약해져서 만나기로 한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체육관 주차장비 3시간은 무료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들을 차에 태워 체육관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는 아들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과 체육관 뒤에 있는 산책로를 먼저 걸었다. 그리고 재밌게 베드민턴 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평소에 운동 신경이 영 꽝인지라 의자에 앉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5시 50분까지 함께 베드민턴을 치고, 저녁 식사 겸 뒤풀이 얘기가 나왔지만 나는 더치 페이할 돈이 없어 아들과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차 안에서 아들이 울었다. 화가 나 있었다. 아들은 친구들과 저녁 식사 겸 뒤풀이 하는 자리에 참석하고픈데 안 간다고 울었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지인들이 교회 끝나고 함께 밥 먹고 들어 가라며 점심밥도 사 줬는데, 저녁 뒤풀이까지 염치없이 참석할 수는 없었다. 아들의 울음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서러워서 나도 모르게 같이 울었다.


그날 밤, 아들은 평소처럼 잠자리에서 나와 가볍게 장난도 치고 대화를 나누다 한 마디 던졌다.


"내가 아빠랑 안 산다고 하면 그만인 거잖아."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아들도 무슨 일인지 알지는 못해도 아빠 때문에 힘든 이 상황에 스트레스가 쌓였나 보다. 그저 매일 꼭 안아 주며 "너는 잘못 없으니까 눈치 보지마. 너는 잘못도 없는데 힘들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울 아들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라는 말 밖에 해 줄수 없는 내 자신이 비참했다.



 



다음 날, 아들 하교 픽업 때문에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만나자마자 "엄마 사랑해."라고 애교를 부리며 차에 탔다. 아들은 유명한 게이머 페이커 얘기로 이런저런 얘기를 조잘조잘 떠들어 댔다.

내가 애써 웃으며 자연스럽게 "너도 아빠한테 사랑한단 말 듣고 싶어?"라고 물었다. 아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 싫어."라고 대답 했다.


나는 아들의 마음을 알 거 같아 아무 말도 못했다.

지 살 궁리만 하고, 지만 살길 찾음 된다고 하나뿐인 아들의 감정과 마음 따위는 안중에 없이 매일 집에 들어 오는 남의 편이 나도 죽도록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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