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았다. 친정 엄마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단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밀어 닥친다고 하더니,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에 이혼 소송까지 하고 있던 나에게 비보가 날아 들었다.
"학교 안 갔니?"
전화를 받자마자 아빠는 손자부터 물으셨다.
"비염에 알러지가 있어서 미세먼지 나쁜 날 조심해야 하는데, 어제 아침에 교회 갔다 오니 집에 들어 와 있더라고요. 제가 공기 청정기 다 틀어 놓고, 물걸레로 다 닦아 놓고 나갔는데, 거실 창문이랑 방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거에요. 애가 아침에 콧물이랑 재채기 때문에 힘들어해 병원 다녀 왔어요. 아르바이트도 못 갔어요."
아빠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나쁜 놈, 하나뿐인 지 자식한테 관심도 없어도 어찌 그리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진짜 이래저래 골치 아픈 놈이네."
아빠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 나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올해는 왜 이런다니. 너희 엄마 유방암 1기란다. 5월 초에 수술 날 잡혔다."
나는 울었다. 울고 있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남동생이었다. 애써 눈물을 훔치고 전화를 받았지만 울음 섞인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누나 울어?"
나는 결국 터졌다.
"그냥 나 때문인 거 같아서, 이 모든 게!"
"아휴, 누나 때문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나이 들면 그래. 내 처가에서도 나이 드시니까 유방암 1.5기인가 2기인가 해서 수술 했어. 간단한 수술이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누나 일이나 빨리 잘 해결 되길 바래야지, 엄마가 지금 누나 소송 건은 모르지만 그때 결혼 말렸어야 한다고 그 인간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긴 해. 그러니까 누나 빨리 잘 끝내고 애랑 잘 살면 돼. 누나 탓 아냐."
남동생은 나를 달래며 울지 말라고 했다. 복잡한 수술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지금 엄마와 연락을 못하며 살고 있다. 그 때문에 화가 많이 나 계셔서 나까지 꼴보기 싫어 하신다.
돈 한 푼 없이 장가 오겠다는 놈을 그래도 내 딸 데리고 잘 살라고, 작은 집이라도 자가로 살으라고 집도 내 줘, 시댁에서는 혼수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해도 어차피 사위될 놈 내 가족이라고 백화점 가서 양복 맞춰 줘, 혼수고 뭐고 다 예의 차려서 보내줘, 딸내미 출산 때 시댁에서는 아무도 병문안 안오고 애 보러도 안 오는데 병원비 다 내줘, 아무런 불만스러운 내색도 안 하고 잘 살라고 축하해 줬는데 어떻게 사람이 제대로 된 가장으로서의 사람 노릇을 안 하고 마음 고생만 시키냐고 화가 나 계신다. 사위라고 조심스럽게 대하며 그래도 잘해 줬는데 자신의 아들(나의 남동생)한테 욕을 내뱉은 그에게 분노가 쌓이셨다.
내 딸한테 고맙단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줘도 예쁠까 말깐데 사람이 기본적인 양심도 없다고 등을 돌리셨다.
그래서일까? 혹시 나 때문이 아닌가 싶어 자꾸 눈물이 났다. 이래저래 마음이 안 좋으실 아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자꾸만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이번 달은 어떻게 할 건데?"
"아직 모르겠어. 저 둘이 계속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법에 저촉 되지 않는 한에서 통화 녹음 일부를 공개할 의향은 있어. 너무 뻔뻔히 굴어서, 법이 허락 하는 선에서 뭐든 할거야."
나는 내 마음을 굳건히 하고 내 어린 아들을 온전히 잘 지키기 위해 목사님께 단독 간증을 하고 간절한 기도를 요청 했다. 목사님도 마음 아파해 주셨다. 성경에 나온 제일 큰 죄를 짓고도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는 말을 들으시고 충격을 받으신 거 같았다.
아들과 생활을 하느라, 아직 직업이 없는 내 명의의 카드 두개가 리볼빙으로 돌려지고 있다. 더구나 소송 중에 매일 집에 들어오는 그에게서 아들을 돌보고 지키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