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오리 Apr 23. 2024

든든한 카레, 한편으로는 물리는^^;

내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다.


카레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건강에도 좋다는 강황 섞인 카레 가루를 털어 넣고, 양파와 당근과 버섯과 감자 등을 송송 썰어 넣은 뒤 물과 함께 끓이면 묽은 소스가 된다. 하얀 밥 위나, 잡곡밥 위에 떠 얹어 수저로 골고루 섞어 주면 김치 하나 얹어서 먹어도 되는 카레다.


그런데 요즘 이 카레를 일주일에 3일을 먹는다. 한 냄비 끓여 놓으면 3일 동안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간단하게 한 끼 뚝딱이다. 반찬도 요란하게 필요 없다. 정말 간단하게 김치 하나만 있으면 된다. 사실 김치도 없어도 된다. 카레 맛 하나로도 밥 3분의 2공기는 금새 비운다.

그 카레가 이제 물려 간다.


제일 많이 해 먹은 게 카레와 삼겹살 김치 말이인 듯 하다. 아이 땜 고기는 냉동고에 쟁겨져 있고, 김치는 어느 집이나 제일 편하게 냉장고에 보관돼 있는 국민 반찬이니까!

그리고 큰 재료 없이 감자 1개 반, 양파 1개, 당근 1개만 있으면 집에 있는 건 표고버섯이나 고기나 뭐든 넣고 끓이면 되는 게 카레니까!




 





이번 달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도 해결 못하고 있다. 멍하다. 이제 닥칠 일들과 독촉들에 벌써 기운이 빠진다.

며칠 있으면 아들 생일인데 올해는 생일 파티도 못해 줄 거 같다. 아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안쓰럽게도 양해를 해 주고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준다.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날수록 남의 편에 대한 증오와 미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러게 그 통화는 왜 들어 가지고 그래? 뭘 박을 뻔했는데? 무슨 차를?"


내가 내 차 블랙박스를 들은 게 무슨 잘못이라고 되려 나를 타박하며 화를 냈다. 발로 뻥 차 주고 싶었다.


남의 편은 지가 죽겠으면 자기랑 얘기를 하겠지, 어쩔 수 없이 취하하겠지 싶을 수도 있나 싶다. 미안하지만 절대 NO다. 나는 내 몸이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내 결정을 번복하거나 생각이 바뀔 마음이 없다.

정말로 다시 가족과 화해하고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진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뭘로 생각하기에, 나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지 발 아래로 생각하기에, 그런 통화를 듣게 해 놓고, 그런 유서를 써 쇼를 해 놓고, 경찰을 몇 번을 부르게 해 놓고, 정말 상식 밖의 사람 같다.

지가 무슨 짓을 하든 내가 받아 들이고 이해해 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그런 생각 하면 안되는데, 정말 막장 같은 성장 환경에서 자라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시아버님이 보여준 여자에 대한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는 행동(법적 증거도 있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 오래된 소장을 읽는데 난 또 충격을 받았다.)과 폭력들 때문인지 집 안의 여자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정말 짐승 보다도 못한 생각 같아서 혐오스럽고 토할 거 같다.


솔직히 그런 편견을 가지는 걸 싫어 했던 나다. 글을 쓰려면 사람에 대한 편견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고 생각 했던 나다. 집안이 어렵고 힘들었어도 잘 큰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좋은 직업 가지고 유명해 지신 분들도 많다. 그런데 남의 편에게는 도저히 그 편견을 배제할 수가 없게 됐다.


이 와중에 아이의 코 증상은 이상하게도 오래 가고 있다. 근근히 낫지를 않고 훌쩍이고 있고, 막힌다.

나는 오른쪽 귀에 이명이 찾아 온 거 같다. 청소기를 돌리거나, 뭘 할때면 아주 가끔 귀에서 꼭 전기줄에 전기가 거의 사그라들 때 찌질하게 나는 듯한 그런 소리가 울린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다. 그래도 내일 아들의 코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가면서 나도 진료를 받아야 할 거 같다.


변호사에게 법적으로 일부러 문자도 남겨 놨다. 나와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연락이 잠시 안되면 친정에 연락해 달라고 말이다. 내가 연락 안될 시에는 위자료도 해결되면 친정에 연락해 입금해 달라고 해 놨다.

법적으로 효력이 있도록, 변호사가 일 처리 하기 쉽게 일부러 증거를 남기려고 문자로 얘기를 해 놨다.


1월 말에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시작하고 상간녀가 오만하게 생각도 못한 시나리오로 답변서를 낸 지 한 달이 다 돼 다.

변론 기일 같 건 법원에서 잡지도 않고 있다. 일이 많아서겠지 싶으면서도 이렇게 질질 끌 일인가 싶어 내 입장에선 기가 차다. 이러려면 애써 그 증거들을 꼼꼼히 내는 이유가 뭘까 싶기도 하고, 간통죄를 없애 버린 정치인들에게 혐오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남의 편은 모른 척이라는 것으로 일관하며 이혼 소장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법은 계속 그냥 안 받으면 안 받는 대로 아무 조치도 없다.


나와 아이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내 옆에서 지켜 주지 못하면 나를 원망할 거다. 선택해야 한다면 꼭 엄마랑 살거고 아빠 따라가기는 싫다고 분명히 자기 의견을 말해 준 아들이다.

내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남의 편과는 같이 살 생각이 없다. 나는 당당하게 내 삶을 찾고, 나와 아들의 행복을 찾고, 둘이 손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뿐이다.

긍정적이고 밝은 아들이다. 아들의 친구들도 아들이 쾌활하고 밝아서 좋단다. 나도 다시 웃음을 찾고 싶다.


다가오는 엄마의 수술이 잘 끝나 주기만 바랄 뿐이다. 친정 아빠와 남동생에게만 맡겨 둔 내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브런치에 내 시집 "모른다 아직은"과 동시집 "지구 그리고 건식이"가 출간 됐다. 시집은 장수가 50페이지가 넘지 않아 전자 도서로만 출간 됐다. 동시집은 전자 책과 종이책이 동시에 출간 됐다. 브런치 서점에도 공개 됐다.


고맙게도 3권이 판매 됐다. 간간이 응원 대글로 힘을 주신 분들께도 너무 감사할 뿐이다.  


오늘 연재 소설 써 올리는 날인데 노트북과 노트북 타자만 멍하게 쳐다 보고 있다. 어느 정도 머리 속에 내용이 있고, 정리해 놨는데도 멍하다.

이전 09화 접촉사고...막장 드라마 주인공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