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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pr 08. 2024

유방암 1기, 나는 울었다.

전화를 받았다. 친정 엄마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단다.



"학교 안 갔니?"


전화를 받자마자 친정 아빠는 손자부터 물으셨다. 손자가 너겟킹 잘 먹겠다고 톡을 보냈다고 한다.


"비염에 알러지가 있어서 미세먼지 나쁜 날 조심해야 하는데, 토요일 아침 일찍 나가서 집에 안 들어 왔어요. 어제 아침에 교회 갔다 오니 집에 들어 와 있더라고요. 내가 공기 청정기 다 틀어 놓고, 물걸레로 다 닦아 놓고 나갔는데, 거실 창문이랑 방 창문을 활짝 열어 놨더라고요. 그랬더니 애가 아침에 콧물이랑 재채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해서 병원 다녀 왔어요. 돈 벌러 아르바이트도 하러 가기로 한 날인데 못 갔어요."


친정 아빠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어쩜 그리 하나뿐인 지 자식한테 관심도 없고, 진짜 이래저래 골치 아픈 놈이다."


친정 아빠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 나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올해는 왜 이런다니 진짜. 너희 엄마 유방암 1기란다. 5월 초에 수술 날 잡혔다."


나는 눈물이 났다. 나 때문인 거 같아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울었다. 울고 있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남동생이었다. 애써 눈물을 훔치고 전화를 받았지만 울음 섞인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누나 울어?"


나는 결국 터졌다.


"그냥 나 때문인 거 같아서, 이 모든 게!"


"아휴, 누나 때문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나이 들면 그래. 처가에서도 나이 드시니까 유방암 1.5기인가 2기인가 해서 수술 했어. 간단한 수술이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누나 일이나 빨리 잘 해결 되길 바래야지, 엄마가 지금 누나 소송 건은 모르지만 그때 결혼 말렸어야 한다고 그 인간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긴 해. 그러니까 누나 빨리 잘 끝내고 애랑 잘 살면 돼. 누나 탓 아냐."


남동생은 나를 달랬다. 그리고 울지 말라고 했다. 복잡한 수술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다독였다.


나는 지금 친정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친정 엄마가 남의 때문에 화가 많이 계셔서 나까지 꼴보기 싫어 하신다.

없이 장가 오겠다는 놈을 그래도 데리고 살라고, 작은 집이라도 자가로 살으라고 집도 줘, 시댁에서는 혼수고 뭐고 아무것도 해도 어차피 사위될 가족이라고 백화점 가서 양복 맞춰 줘, 혼수고 뭐고 예의 차려서 보내줘, 딸내미 출산 시댁에서는 아무도 병문안 안오고 보러도 오는데 병원비 내줘, 아무런 불만스러운 내색도 하고 살라고 축하해 줬는데 어떻게 사람이 제대로 가장으로서의 사람 노릇을 마음 고생만 시키냐고 화가 계신다.

내 딸한테 고맙단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줘도 예쁠까 말깐데 사람이 기본적인 양심도 없다고 화가 나 계셨다.


그저 나는 엄마나 나나 용띠고 올해까지 삼제려니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혹시 나 때문이 아닌가 싶어 눈물이 났다.  이래저래 마음이 안 좋으실 친정 아빠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자꾸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이번 달은 어떻게 할 건데?"


"아직 모르겠어. 저 둘이 계속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법에 저촉 되지 않는 한에서 통화 녹음 일부를 공개할 의향은 있어. 증거 공개 못할 거란 생각에 둘 다 너무 뻔뻔히 굴고 시간 끄는 거라면, 법이 허락 하는 선에서 뭐든 할거야."


남의 편과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기도를 열심히 하고 교회에 다니는 남의 편의 여자 때문에 우리 친정 집은 지금  욕지기가 나오는 걸 다들 참고, 참아 내고 있다. 나는 내 마음을 굳건히 하고 내 어린 아들을 온전히 잘 지키기 위해 목사님께 단독 간증을 하고 간절한 기도를 요청 했다. 목사님도 마음 아파해 주셨다. 성경에 나온 제일 큰 죄를 짓고도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는 말을 들으시고 충격을 받으신 거 같았다.


나는 정말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다. 내 마음과 결정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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