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안내서, 이혼소장 발송

법원에서 이혼 소장 송달 명령이 떨어졌다.

by OH 작가


"변호사 생활 몇 년 만에 이런 분 처음 보네요. 본인이 이런 일을 저질러 놓고 매일 이렇게 집에 들어 가시는 분 처음 봤어요. 대부분 집에 안 들어 가세요."


너무 꼼꼼하게 한 달 동안 내가 정리하고 취합한 그의 유책 사유들 증거를 변호사에게 넘겼다. 이혼 소송도 진행 되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집에 들어 왔다.


"아빠가 들어 오면 나와서 인사를 해야지."


더구나 그는 아들이 마주치기 싫어해 슬슬 피하는 데도 "아빠가 말하면 그냥 '네.'라고 하면 되지 뭔 말이 많아 이새꺄."라고 말하며 항상 강압적으로 굴던 그대로 아빠 행사를 하려 들었다. 아들은 평소 그런 그의 행동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


"아들, 아빠가 나와서 인사하라는 거 싫어? 좋아?"


"하기 싫어요."


"보셨어요? 손찌검하고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에요. 애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강요하고 시키는 것도 폭력입니다. 아셨어요?"


아들이 너무 힘들어해 결국 변호사의 조언대로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그가 보는 앞에서 아들의 의견을 묻고, 그에게 경고를 해 주고 갔다.








그에게 이혼 소장 송달 명령이 전해졌다. 동시에 원고인 나와 피고인 그에게 양육 안내서 송달 명령도 함께 전달 됐다. 양육 안내서라는 단어가 아직 낯설었다.

나는 양육 안내서가 뭔지 인터넷 검색을 해 봤다.



지방 법원마다 질문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리 복잡한 서류는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그리 간단한 서류도 아니었다. 참으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질문들이 적혀 있었다. 법원에서 제시해 주는 40분 정도의 동영상을 보고 성의껏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아들을 등교 시키고 집에 돌아 왔다. 그런데 식탁 위에 보란 듯이 A4 용지 한 장이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 왜일까? 식탁 위에 놓인 그 A4 용지를 보자 그 안에 내용도 안 보고 불길함부터 엄습해 왔다.

나는 잠시 서서 뭐지, 하며 쳐다 보고 있다가 다가가 A4 용지를 집어 들었다. A4 용지 맨 위에는 '유서'라고 써 있었다. 위자료 3천 받겠다고 그녀에게 소송을 걸었냐며, 뭐하러 귀찮게 소송을 걸었냐며, 자신의 모든 보험 수익자를 그녀로 해 놨으니 아들과 잘 살란다. 앞 뒤로 빽빽이 쓴 볼펜 글씨에는 어린 아들에 대한 걱정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나와 아들에 대한 미안함도 전혀 없었다.

나는 너무 기가 막히고 울화통이 터져서 주저 앉아 버렸다. 갓잖은 A4 용지를 쥐고 있는 내 손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112 숫자를 차례로 꾹꾹 눌렀다.


"유서를 쓰고 나갔어요."


나는 너무 큰 분노로 터지는 오열을 참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신고를 했다. 죽으러 나가지 않았을 거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소송 취하하라는 겁박일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을 해야 했다.

경찰이 집으로 찾아 왔다. 유서라고 쓴 A4 용지를 증거로 사진을 찍으셨다. 너무 화가 나고, 분노에 찬 내가 주저 앉아 오열하는 모습을 안타까워 하셨다.


"진짜 화가 나게 썼네요. 어머니라도 애 위해서 정신을 차리셔야 해요."


경찰은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나를 위로해 주고 돌아 가셨다.


"찾았습니다. 아무 탈 없이 행사장에서 일하고 계세요."


신고한 지 2시간 만에 젊은 형사의 전화를 받았다. 젊은 형사의 목소리를 숨이 차 있었고, 짜증이 섞여 있었다. 선거가 있어 바쁜 때였다. 그를 찾은 형사는 '이 새끼 이거 쇼였네.'라는 걸 너무 확실히 확인하고 화가 났을 거다. 사람 목숨 갖고 장난친 사람이 형사 눈에 얼마나 괘씸하고 화가 났을까 싶었다.


나는 그 일로 내가 내린 이혼이라는 결정이 절대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아님을 확고히 했다. 그 날로 변호사에게 이혼 소송을 더 확실하게, 되도록 빠르게 진행해 달라고 부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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