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내리면 잠겨 있던 목이 다시 목소리를 되찾는다 끓어오르는 열 속에 갇혀 끙끙대며 누워만 있던 기운이 쳐진 몸뚱아리가 일어나려 한다 이마를 만지면,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면, 뜨겁게 달구어져 있던 기운이 삽십 육 점 오도로 되돌아온다 머리에서 목을 타고 흐르던 불편한 기운이 가라앉기 시작하며 쌀밥을 씹어 넘겨도, 잡곡밥을 씹어 넘겨도, 김치를 씹어 넘겨도, 삶은 감자를 씹어 넘겨도, 삶은 계란을 씹어 넘겨도, 싱싱하게 초록빛을 밝히던 샐러드를 씹어 넘겨도, 모든 게 목구멍에서 껄끄럽게만 걸리적거리던 걸림이 사라진다 되살아난다 되살아난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한다 노래하기 시작한다 침대 위에서 온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시체처럼 뻗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던 몸이 기역자가 된다 기역자로 앉아 있다가 일자가 되어 일어선다 그렇게 일어서면 끈적하게 줄줄 흐르는 식은 땀과 함께 잠겨 있던 목소리를 열기 시작한다 열이 내리면 나는 다시 내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숨 쉬고 있는 나의 소리를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