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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21. 2024

몸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몸살의 냄새만 씻겨 내면 다시 나를 살게 한다



  콜록콜록 겨울이 다가 온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며 내 차를 적시고, 내 신발을 적시며 내 옷에 튕겨 오른다 내 옷깃까지 적셔 들어 온다 콜록콜록 아이가 기침을 한다 찬 바람이 그 아이의 콧속으로 그 아이의 입속으로 스며 들어갔나 보다 그 아이의 몸이 움직이지 않아도 찬 바람에 의해 떨리고 있다 움츠러드는 몸을 위해 잠바의 자크를 목까지 채운다 콜록콜록 소파에 눕는다 침대에 눕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되는 기침에 38도까지 열이 오른다 몸은 축 늘어져 일어나기를 거부 한다 엄마의 손길이 체온을 제고 해열제를 챙겨 입 안으로 흘려 넣어 주고 있다 물 몇 모금에 알 약 서너 개를 한 개씩 한 개씩 입 안으로 밀어 넣어 준다 콜록콜록 무거운 몸과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든다 콜록콜록 자면서도 기침을 한다 미지근한 축축함이 느껴지는 수건이 자꾸 이마에 올려지는 것을 느낀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있다 등쪽이 잠옷 촉감이 땀으로 젖어 자꾸 등에 달아 붙는다 잠이 든다 잠들지 못하고 내 옆을 지키는 엄마의 손길을 온전히 느끼며 깊이 잠이 든다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기침은 멈추어 있다 땀은 어디론가 증발돼 사라지고 냄새만 은근하게 남아 있다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나면 어느새 다 나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한 번씩 겪는 몸살은 그렇게 끙끙 앓다가도 어느새 나를 다시 살린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몸살의 냄새만 씻겨 내면 다시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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