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계속, 그렇게 계속 길을 걸어갈 거야
길을 걷다가 한쪽 날개와
다리를 다친 비둘기가
주저앉아 있는 걸 봤어
그 길가 바로 옆에는 소방서가
있었어
일곱 살 아들은 비둘기가
불쌍하다며 나의 얼굴을
쳐다봤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소방서로
걸어가 길가에 주저 앉은
그 비둘기를 가리켰어
소방서에는 수의사가 없어
치료해 줄 수 없다는 말을
아들에게 전했어
아들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비둘기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더니 화단 위에 올려 줬어
주저앉은 길가에 그냥
내버려두면 누군가의 발에
치일 거 같대
차가 지나가다가 모르고
치면 어떻게 하녜
그래도 흙이 있고
풀잎이 있는 화단에 앉아
있는 게 더 안전할 거 같대
나는 아들과 손잡고
걸어가면서 화단에 앉아 있는
비둘기를 돌아 봤어
나는 내가 그 비둘기가
된 거 같았어, 다리를 다치진 않았지만
날개를 다쳐 길가에 주저 앉은채
이리 밟히고 저리 치일
불안함에 오늘 하루를
버티고 있는,
아들이 옮겨 준 화단에 앉아
있는 다친 날개를 퍼덕이고
퍼덕이는 비둘기의
모습처럼, 아들이 내 손을
잡아 주는 그 온기로
나는 날개를 달고
온전히 나로서 날아오를 내년을
바램하고 또 바램하며
버티고 있는
나를 보았어
아들과 나는 손을
꼭 잡고, 화단에 옮긴
비둘기를 뒤로 하고
길을 걸었어
나의 발길은 어쨌든
길을 걸어가고 있어
난 계속, 그렇게 계속
길을 걸어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