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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27. 2024

나는 걸어갈 거야

난 계속, 그렇게 계속 길을 걸어갈 거야





길을 걷다가 한쪽 날개와 

다리를 다친 비둘기가 

주저앉아 있는 걸 봤어


그 길가 바로 옆에는 소방서가

있었어     


일곱 살 아들은 비둘기가

불쌍하다며 나의 얼굴을

쳐다봤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소방서로

걸어가 길가에 주저 앉은

그 비둘기를 가리켰어     

소방서에는 수의사가 없어

치료해 줄 수 없다는 말을

아들에게 전했어


아들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비둘기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더니 화단 위에 올려 줬어     


주저앉은 길가에 그냥 

내버려두면 누군가의 발에

치일 거 같대

차가 지나가다가 모르고

치면 어떻게 하녜

그래도 흙이 있고

풀잎이 있는 화단에 앉아

있는 게 더 안전할 거 같대     


나는 아들과 손잡고

걸어가면서 화단에 앉아 있는

비둘기를 돌아 봤어


나는 내가 그 비둘기가 

된 거 같았어, 다리를 다치진 않았지만 

날개를 다쳐 길가에 주저 앉은채

이리 밟히고 저리 치일

불안함에 오늘 하루를 

버티고 있는,     

아들이 옮겨 준 화단에 앉아

있는 다친 날개를 퍼덕이고

퍼덕이는 비둘기의

모습처럼, 아들이 내 손을 

잡아 주는 그 온기로

나는 날개를 달고 

온전히 나로서 날아오를 내년을

바램하고 또 바램하며

버티고 있는

나를 보았어     


아들과 나는 손을 

꼭 잡고, 화단에 옮긴

비둘기를 뒤로 하고 

길을 걸었어


나의 발길은 어쨌든

길을 걸어가고 있어


난 계속, 그렇게 계속

길을 걸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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