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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30. 2024

단풍을 물들인 가을이 되기를 바바라며 바람을 발라 보았어



  수액을 맞고 왔어 십원 짜리 동전 크기의 반창고를 붙였다 떼었는데, 날은 괜찮았는데, 다음 바이 지나거 보니 멍이 들어 있었어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것처럼 짙고 퍼런 색으로 멍이 들어 있었어 멍은 십원 짜리 동전 크기 보다는 컸어 그러다 하늘을 봤어 흐렸다 파랗게 다시 펴지고 있는 하늘 아래로 단풍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었어


  나는 내 손등에 든 멍과 빨갛게 노랗게 든 단풍을 번갈아 쳐다 봤어 내 손등에 짙고 파란 멍을 내려다 봤다가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올려다 보는 거야 너도 나도 물들었는데 왜 너는 바람에 흔들리며 예쁘게 흔들리는데 나는 왜 아플까? 왜 나의 손등은 바람에 흔들림도 없이 묵직하게 느껴질까?


  바람이 불었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이 살살 흔들리고 있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뽐내듯 바람을 타고 여유롭게 흔들리고 있어 나는 손을 뻗어 바람을 내 손 안에 담아 봤어 짙고 퍼렇게 멍든 나의 손등 위에 그 바람을 발라 보았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처럼 내 손등의 멍이 단풍을 물들인 가을이 되기를 바바라며 바람을 발라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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