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단풍을 물들인 가을이 되기를 바바라며 바람을 발라 보았어
수액을 맞고 왔어 십원 짜리 동전 크기의 반창고를 붙였다 떼었는데, 이 날은 괜찮았는데, 그 다음 날 바이 지나거 보니 멍이 들어 있었어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것처럼 짙고 퍼런 색으로 멍이 들어 있었어 그 멍은 십원 짜리 동전 크기 보다는 컸어 그러다 하늘을 봤어 흐렸다 파랗게 다시 펴지고 있는 하늘 아래로 단풍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었어
나는 내 손등에 든 멍과 빨갛게 노랗게 든 단풍을 번갈아 쳐다 봤어 내 손등에 짙고 파란 멍을 내려다 봤다가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올려다 보는 거야 너도 나도 물들었는데 왜 너는 바람에 흔들리며 예쁘게 흔들리는데 나는 왜 아플까? 왜 나의 손등은 바람에 흔들림도 없이 묵직하게 느껴질까?
바람이 불었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이 살살 흔들리고 있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뽐내듯 바람을 타고 여유롭게 흔들리고 있어 나는 손을 뻗어 바람을 내 손 안에 담아 봤어 짙고 퍼렇게 멍든 나의 손등 위에 그 바람을 발라 보았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처럼 내 손등의 멍이 단풍을 물들인 가을이 되기를 바바라며 바람을 발라 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