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작가의 라디오에세이 두 번째 이야기!
첫 눈이 내린 한 주였는데
여러분, 올해의 첫 눈을 어떻게 맞으셨나요?
첫 눈 내리는 거 보며 어떠셨어요?
음, 저는 저녁 7시에 집 앞에 나갔다가 휘날리는 눈을 그대로 다 맞았는데,
자꾸 옷깃을 여미게 되더라고요.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길이 온통 금세 얼어 있어서 조심조심 걷게 되고요.
인스타랑 SNS에 첫 눈 내리는 많은 사진과 영상, 상황 글들이 꽤올라오기도 했죠.
이렇게까지 내릴 일이야? 부터, 겨울답다, 진짜 첫 눈이 펑펑 내리네,
퇴근시간에 도로가 얼어 몇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혀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내리막길을 내려가지 못해 버스에서 내려 고속도로를 걸어서 내려 왔습니다,
등등
어릴 때는 하늘에서 흰 눈이 펑펑 내리면 강아지처럼 그렇게 좋아했던 거 같아요.
길 위에 눈이 안 쌓이면 괜히 서운했죠.
길 위에 흰 눈이 펑펑, 소복이 쌓여야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른이 되니까 꽁꽁 얼어붙은 길거리가 걱정부터 되기 시작하네요.
혹시라도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져 넘어질까봐
걸음도 천천히 걷게 되고.
도로에 차가 막히고, 차 사고가 많을까봐 조심조심 하게 되고요.
집 안의 수도가 동파돼 물이 안나와 생활에 불편할까봐
살펴보게 되고요.
어른이 되면 걱정이 많아지는 걸까요?
공중에서 하얗게 날리며 길거리에 쌓이는 흰 눈을 보며
그저 친구들과 눈싸움할 생각에 장갑 챙기는 아들을 보니,
내가 이제 어린이는 아니구나 싶긴 하죠.
한편으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어린 아들과 장갑 끼고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싶어지기도 해요.
어릴 때 그랬듯 마냥 해맑게 웃으면서.
왜 우리 가끔 그런 질문도 하잖아요?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20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냐고?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걸 알지만,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인 걸 알지만,
가끔 내 마음만이라도 그 시절의 그 마음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팍팍한 세상살이가 잠시 즐겁지 않을까요?
다시 되찾을 수 없는 동심을, 그 마음과 시간을 그리워하기보다
그냥 지금을 지금 답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첫 눈이 내린 한주 였어요.
춥고 길이 미끄럽긴 했지만
그 첫눈 덕분에,
지나간 동심과 감성을 그리워할 수 있던 한 주이기도 했고요.
내일부터 시작하는 여러분의 또 다른 한 주가 오늘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기에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최고의 한 주가 되시길 바랄게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오작가의 일요 라디오 에세이는 다음주 일요일에 다시 만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