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맛, 달콤쌉싸름한 쵸코라떼

가끔 먹는 단맛, 아니 달콤 쌉싸름한 그 맛

by OH 작가



나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가끔 한 번 먹고 나면 꼭 후회를 한다. 입 안에 남아 있는 그 진하디 진한 단맛이 왠지 불편해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은 찾게 되는 맛이 있다. 담백하고 하얀 우유에 에스프레소 2잔과 진한 쵸코 시럽이 들어간 쵸코 라떼가 바로 그 맛이다.

얼음을 듬뿍 넣어 차갑게 마셔도, 차가운 우유 대신 스팀 우유로 뜨겁게 달군 우유에 마샤도 내가 느끼는 쵸코 라떼의 그 맛은 항상 한결 같아. 달콤 쌉싸름 하다.


그냥 달기만 한 것도 아닌 것이 쌉싸름한 쓴 맛도 아닌 것이 말 그대로 달콤 쌉싸름 하다.

진한 쵸콜릿 색상에 단 쵸코 시럽과 거의 블랙 색상에 쓴 에스프레소 커피 원액이 들어간 조화 때문일까?


왜 그 쵸코 라떼의 달콤 쌉싸름 한 맛이 꼭 우리 인생의 맛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우리나라에 최다 보유 기업의 매장 파트 타임으로 취직 됐다. 서비스 직이다.


이틀 동안 시청역으로 교육을 다녀 와야 한다는 말에 급 아들의 케어도 신경 써야 했다. 아들은 하루 이틀 정도는 혼자 버스 타고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게, 주변의 아들 친구들 보면 애들끼리 동네 번화가에서 각자의 용돈으로 같이 뭐 간식도 사 먹고 놀다 들어가는 걸 안다. 그런데 아들은 어딜 가든 항상 나와 함께였던 거 같다. 이제는 학원에서으 1박 행사나 선생님을 동반한 외출이 아니더라도 혼자서도 해 봐야 하는 나이는 맞다.


그래도 나는 엄마다. 아들을 학교에 등교 시키고 부리나케 전철역으로 뛰듯이 걸어가 시청역으로 향했다. 교육도 열심히 들었지만, 아들이 하교할 시간이면 핸드폰을 힐끔거릴 수 밖에 없다.

아들의 하교 알림 톡이 울리면 강사님의 눈치를 보며 톡을 보낸다.


정류장 어딘지 알지?

몇 번 버스인 줄 알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알지?

내려서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지 기억하지?

엘리베이터 타고 몇 층이었지?


나의 걱정과 달리 아들은 혼자 거주지에 잘도 찾아 들어갔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싶어 안심이 되면서도, 이제 엄마가 돈 벌고 일 해야 하는 가장이라고 기특하게도 협조를 잘 해 주네 싶어서 뭉클했다.


더구나 오늘 법원에서 상대방의 양육비 감액 신청에 대해 판사님은 기각 결정을 통보해 주셨다. 면접 교섭 심판도 아들이 원하는 대로 됐겠구나 싶었다.

눈물이 나려 했다. 이제 제발 우리 좀 가만 놔 뒀음 했는데, 주변에서도 정말 지겹게 건드린다고 혀를 찼었는데, 판사님들이 나와 아들의 고충과 억울함과 마음의 버거움을 토닥여주시는 거 같았다.


너무 고마웠다.





신입 교육 받으며 재미있고, 많이 배우고, 왠지 하루가 꽉 찬 느낌으로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 아들을 챙겼다. 1시간 정도 쉬고, 바로 또 저녁 알바를 갔는데 매니저가 걱정스럽게 몇 마디 했다.


오늘 사장님 두 분이 다 나오셨는데 하필 사장님이 계실때 컴플레인이 하나 들어 왔단다. 더구나 사장님이 제일 싫어하는 물품이 떡하니 고객 시선이 향할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었단다.


나는 잘못한 건 알고 시정해야지, 라고 애써 웃었다. "이러다 짤리는 거 아냐."라고 말하며 반농담으로 씁쓸하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매니저는 언니가 요즘 오전에도 파트 일을 구하더니 투잡 하느라 피곤한가, 싶어서 걱정이 됐단다.


오전부터 하루가 이래저래 꽉 차고 뿌듯했는데, 하루의 마지막은 조금 씁쓸했다. 오전과 저녁 아르바이트 두 가지를 병행한 9일 동안의 내 체력과 유지성을 고민하게 됐다.

현재 전입 신고가 안되는 곳에 단기로 머물고 있어, 동사무소에 한부모로서 상황을 설명하러 갔을때가 생각나서다.


동사무소 직원이 내가 한부모라서인지 저녁에 아르바이트 하는 것에 대한 편견 섞인 표정과 내가 아이를 잘 챙기는 건지 의구심 나는 언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민위로서 이건 아니다 싶어, 한마디 하고 나오려다 꾹 참았다.


맞벌이 부부들도 퇴근 시간 때문에, 야근 때문에, 모임 때문에 아이들만 집에 둘 때가 있다. 그런데 한 부모이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편견의 표정과 언행을 보이는 건 뭐지 싶었다. 이건 시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내가 그냥 넘기기에는 문제가 있다 싶었다.


(그래도 신경은 쓰였다. 저녁 알바를 다른 알바로 대체해서 투잡을 해야하나 싶은 고민은 하게 된다.)


더구나 내가 한부모라는 걸 동사무소 안에 광고라도 하듯 애 이름까지 크게 말하며 상담을 하는데 놀라웠다. 창피해서가 아니다. 나는 내가 한부모이고 싱글맘인데 창피하지 않다. 잘못한 것도 없고 당당하지만, 아는 얼굴 많은 동네에서 단편만 듣고 소설 쓰기 좋아하는 학부모들이 꼭 있다.

아들을 위해 괜한 뒷말들은 피하고 싶을 뿐이다.





하루가 참 쵸코 라떼와 같았다.

오전부터 오후에는 꽉 찬 포만감에 달콤하니 뭔가 그래도 희망이 보이나 싶은 기분이었다면, 저녁부터 밤에는 내가 그랬구나 싶은 씁쓸하고 쌉싸름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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